올해로 국내에 ‘1호 노래방’이 생긴 지 25주년을 맞았다. 업계 기록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노래방은 1991년 4월 부산 동아대 앞 로얄전자오락실이다.
우리나라의 첫 노래방은 일본 가라오케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 첫 노래방의 노래반주기는 지금과 형태가 비슷했지만, 동전을 넣고 1곡씩만 부를 수 있었다. 오늘날 오락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전노래방’이 노래방의 원조격인 셈이다. 기계와 조명이 설치되고 시간 단위로 이용하는 노래방이 생긴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부산에서 시작된 노래방 열풍은 차츰 확대되기 시작해 1년 만에 1만개를 넘었다.


노래방의 인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다. 노래방은 회식에서 빠지지 않는 코스로 자리했고, 우리나라 특유의 ‘노래방 문화’를 형성했다. 노래방 문화의 밑거름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놀이문화가 기인했다. 마이크를 잡은 사람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듣는 사람을 흥겹게 하는 노래방은 그 옛날부터 이어져오던 국민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93년에는 김영삼정부가 노래방의 청소년 출입 제한을 풀면서 노래방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국의 노래방 사업체 수는 3만4080개, 종사자 수는 6만7253명에 달한다. 12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1%가 노래방을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24.5%는 2∼3개월에 한 번씩 노래방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노래방업체인 TJ미디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는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로 나타났다. 이어 빅마마의 ‘체념’, 이지의 ‘응급실’, 소찬휘의 ‘Tears’,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국민들의 애창곡으로 자리했다. 시대에 따른 음악의 트렌드도 차이를 보인다. 90년대 노래방의 음악이 이문세나 김건모와 같은 실력파 가수들의 음악이 주류를 이뤘다면, 2000년대 들면서 소녀시대와 빅뱅과 같은 아이돌 음악이 중심을 차지했다.
한양대 송도영 교수(문화인류학)는 “노래방의 반주기와 TV화면, 무대는 개인의 감정과 끼를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노래방은 집단이 함께 즐기지만, 동시에 개인이 주인공이 되게 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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