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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이후 지워진 ‘열국 시대’ 다시 쓰다

입력 : 2016-07-07 21:38:21 수정 : 2016-07-07 21:3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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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내현 ‘한국 열국사 연구’ 개정판 출간
‘사국(四國)시대’, ‘열국(列國) 시대’

윤내현 단국대 명예교수가 한국 고대사를 규정하는 단어는 낯설다. 삼국시대나 원(原)삼국시대와 같은 익숙한 정의와는 거리가 있다. 이는 윤 교수의 학문적 이력과 관계가 깊다.

그는 한국고대사의 주류 학설에 정면으로 도전한 재야사학계의 거두로 꼽힌다. ‘한국 열국사 연구(사진)’는 대표작 중 하나다. 이 책의 개정판이 최근 나왔다. 1998년 첫 발간 이후 18년 만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이전 판본과 같으나 수록된 지도와 일부 표현을 다듬었다.

윤 교수는 책에서 고조선이 멸망한 기원전 1세기 이후 600여 년을 ‘열국시대’로 정의한다. 동부여, 읍루, 고구려, 동옥저, 동예, 최씨낙랑국, 대방국, 한(삼한), 신라, 백제, 가야 등의 고대국가가 들어서 고조선의 후예를 자처하며 치열하게 다퉜다고 본 것이다.

열국시대가 마감되면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를 주인공으로 하는 사국시대가 열린다고 분석한다. 이런 시대 구분은 기원 전후부터 약 300년 동안을 원삼국시대로 부르며 고구려·백제·신라 삼국체제의 원시적 형태로 보는 통설과 판연하게 다르다.

윤 교수는 원삼국시대라는 용어에 대해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시기라는 뜻을 담고 있어서 열국의 역사를 통째로 부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판한다. 열국들의 활동 영역은 남서쪽으로는 중국 요서(遼西) 지역과 상하이(上海) 등 동부 해안지역 , 북동쪽으로는 만주와 연해주를 아우를 만큼 광범위하다고 밝힌다. 열국들의 영역은 고조선의 그것과 동일해 고조선이 요하(遼河) 서쪽까지 넓은 영토를 가졌다는 고대사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윤 교수의 관점에서 열국시대는 중앙집권제의 등장, 새로운 종교사상과 철학체계의 형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사의 전환기다.

그는 “민족을 단위로 본다면 한민족은 열국시대 말기에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지배했다”며 고조선과 삼국시대 사이의 ‘낀 시대’라는 인식에 도전한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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