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5일(현지시간) 발표한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가 31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고 투자자들이 영국 부동산펀드에서 대거 빠져나왔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영란은행은 금융정책위원회를 열고 은행들의 경기대응자본완충비율을 0.5%에서 0%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이번 조치를 통해 시중은행의 대출 여력이 최대 1500억파운드(약226조원) 늘어나 시중의 유동성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로이즈, 바클레이스 등 주요 은행장들은 “늘어난 자본 여력을 가계와 기업 대출에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영국 파운드화는 이날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파운드화는 5일 뉴욕 거래에서 1.289를 기록하며 23일(1.497) 브렉시트 투표일보다 13% 급감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6개월 뒤 파운드화가 1.21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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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보수당 대표 경선 1차투표 1위 5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보수당 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전체 하원의원 329명 중 과반인 165표를 얻어 1위를 기록한 테리사 메이 내무장관이 런던의 총리 관저에서 카메라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2위도 여성인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66표)이어서 마거릿 대처 이후 26년 만에 영국에서 여성 총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런던=AP연합뉴스 |
이날 아비바 인베스터스 부동산펀드(자산 규모 18억파운드, 약 2조7000억원)는 환매를 중단했고, M&G 인베스트먼츠(44억파운드)도 거래를 정지했다. 전날 스탠더드라이프 인베스트먼트(29억파운드)가 환매 중단을 결정한 이후 거래 중단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유럽의 금융허브 지위를 잃게 되면 런던의 고급 상업용 부동산에 대거 투자한 부동산펀드의 수익률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환매 요구가 빗발쳐 부동산펀드의 자산이 시장에 대거 나오면 부동산 가격 하락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며 영국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40% 하락했다.
IHS이코노믹스는 영국 주택가격이 올해 하반기 최대 5%, 2017년까지 추가로 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리서치업체 그린 스트리트 어드바이저는 런던의 업무용 부동산 가격이 3년 안에 최대 3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란은행은 이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09년 이후 외국자본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거 유입되며 부동산 전체 거래(금액 기준)의 약 45%를 외국인 투자자들이 했다”며 “(브렉시트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부동산 시장이 재조정되면서 최근 부동산펀드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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