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공영 교두보… 정부서 검토 나설 때 한동안 논의가 수면 아래 있던 한일해저터널 건설사업이 최근 부산에서 새롭게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노무현정부 때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오거돈 동명대 총장은 지난 4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일한터널 실현 규슈 연락 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가해 한일해저터널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 총장은 이 행사에서 “한·중·일 3국의 경제·물류협력 수준은 그 잠재력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라며 “3국의 공동 성장을 위한 자유로운 역내 경제, 물류환경 조성이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는 한일해저터널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병수 부산시장도 2014년 선거 당시 서부산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일해저터널의 필요성을 제안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서부산 글로벌시티 그랜드 플랜’을 발표하면서 실행 과제 중 하나로 해저터널 건설을 언급했다. 한발 나아가 부산시는 내년에 5억원을 해저터널 연구용역비로 예산에 반영키로 하면서 지역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일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부산이 동북아 물류중심 도시로 도약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지역에서는 내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주요 이슈로 공론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일해저터널 건설사업은 한국과 일본의 해저 약 235km 구간에 터널을 뚫어 철도·고속도로를 개통하는 대규모 건설프로젝트다. 1981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 총재가 세계평화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10회 국제과학통일회의(ICUS)에서 처음 제안했다. 이후 문 총재의 지시로 만든 일본 민간단체 국제하이웨이재단에 의해 30여년간 연구·추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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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해 사회2부 부장 |
기자는 최근 도쿄에서 이 재단을 이끌고 있는 도쿠노 에이지 회장을 인터뷰했다. 그는 “한일해저터널이 개통되면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국이 단일생활권을 형성할 수 있어 아시아 평화를 유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필요성을 역설했다. 재단에 따르면 한일해저터널이 연결되면 홋카이도-도쿄-후쿠오카-쓰시마-부산(거제)-서울-평양을 논스톱으로 잇는 동아시아 철도가 탄생한다. 한국과 일본은 시속 700㎞의 자기부상열차로 1시간 이내, 자동차로 2시간대에 이동이 가능하다. 재단은 이미 1986년 규슈 사가현 가라쓰에서 해저터널 공사를 위한 조사사갱을 만들었고, 2014년에는 쓰시마에 조사사갱을 착공하는 등 1500억원을 들여 건설준비를 마친 상태다.
도쿠노 회장은 “기술적·경제적으로 터널 건설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제 한·일 양국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도버해협의 영불터널(49.94km)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1986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돼 8년 후에 개통됐고, 영불터널은 유럽통합을 일궈낸 유럽연합(EU)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한일해저터널은 역대 대통령들도 관심을 보이긴 했다. 1990년 5월 노태우 대통령이 한일해저터널의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한 후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9월 일본 방문 때, 노무현 대통령도 2003년 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관심을 넘어선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검토와 논의는 없었다.
한일해저터널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이때 정부는 한일해저터널의 타당성 검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침체된 국가 경제를 살리고,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위해서라도.
박태해 사회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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