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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우유 남아도는데 분유값 '고공행진'…왜?

입력 : 2016-06-10 05:00:00 수정 : 2016-06-10 16:5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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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우유는 재고가 남아 돌고 있지만, 외국산 분유 수입은 되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미국산 분유 수입이 급증했는데요.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입니다. 그 속사정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직구 형태로 수입관세를 내지 않는 유럽산 분유와 우리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외국 유제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외국산 유제품은 23만8000t으로, 2014년보다 6% 이상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국내산 분유보다 수입하는 조제분유가 더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외에서 수입되는 분유는 해당지역에 따라 수입금액의 17~40% 관세와 부가세가 부과되는데, 이로인해 국내산 분유보다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당량의 분유가 세금이 면제되어 들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만약 면제받는 관세 비용을 제조사의 수익으로만 채우지 않고 가격이 부담스러워 망설이는 고객에게 돌려준다면, 분유 1통당 20~30%의 소비자가격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호주·뉴질랜드 간의 FTA가 체결된 가운데, 향후 관세가 사라지고 그 장벽이 무너지면서 저렴한 농·축산물이 밀려들어 국내 농업과 식품업계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 지난해 유제품이 FTA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낙농품은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유 1통당 20~30%의 가격 인하 가능할까?

우리나라는 호주산·뉴질랜드산 낙농품의 관세 인하 및 철폐를 뒤로 미루는 대신 일정량까지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무관세쿼터(TRQ)'다.

TRQ는 정부가 허용한 물량에 ‘0%’의 저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물량은 대부분이 매년 복리로 2~3%씩 증량, 매년 수입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TRQ가 대폭 늘어난 수입 유제품은 재고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내 낙농가에 고충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제분유 생산량은 1997년 2만6369t에서 2011년 1만5191t으로 감소한 반면, 해외에서 수입한 조제분유량은 1997년 351t에서 2011년 2646t으로 8배 가량 증가했다.

정부가 FTA를 체결하며 내준 TRQ를 십분 활용, 외국 유제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로 들어온 외국산 유제품은 23만8000t으로, 2014년보다 5.7% 이상 증가했다.

◆관세 내지 않는 비용 절감분, 수십억원 이익 발생

이런 가운데 해외에서 수입되는 분유량 등을 고려해보면, FTA로 인한 관세인하율은 제하더라도 TRQ로 인해 관세를 내지 않는 비용이 절감된다. 이게 결국 수십억원의 이익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기업들이 사실상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일정량의 관세할당 물량을 받아 TRQ 물량에 대해 수입금액의 36~40% 관세와 부가세 면제 요인도 있다"며 "TRQ로 1000t의 물량이 관세를 내지않고 수입할 경우 1000t 통관시 800g 캔 기준으로 125만캔 물량이며, 관세가 캔당 5000원만 잡아도 62억원 이상의 차익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수입원가가 5000원 내려갈 경우 유통단계에서의 수익구조 관계로 소비자판매가는 2~3배 인하 효과(1만원~1만5000원)가 있다"며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유럽산·호주산·뉴질랜드산 등 수입산 분유가 3만원에서 5만5000원까지 거래되고 있는 반면, 국내생산 분유는 1만8000원에서 3만5000원에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된 분유 TRQ 이익분 등 기업들이 폭리만 취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차원에서 조제분유 가격을 인하한다면, 연이은 불황으로 인해 형편이 어려운 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저가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져 가격이 전반적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였던 분유값이 매장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상위 2개 업체 분유 제품의 소셜커머스와 대형마트 가격을 비교한 결과, 특정 제품의 경우 최고가와 최저가는 64.3%(1만160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최고가는 H사의 2만5967원이었으며, 최저가는 E사와 C업체의 1만5807원이었다. 한 제품은 H사에서 1만9667원으로 가장 저렴했지만, L사에서 2만6600원으로 가장 비싸 최고 및 최저가 차이가 35.3%(6933원)났다.

◆우유 재고량 152.1% 늘었는데, 분유 가격 되레 12.2% 높아져

우유 재고량은 2012년 9만6323t에서 현재 24만2874t으로 152.1% 증가했지만, 되레 이 기간 분유 가격은 2만4142원에서 2만7099원으로 12.2% 올랐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국내 분유시장은 상위 2개 업체가 전체 시장의 81%를 차지하고 있다"며 "우유 재고량이 늘어남에도 분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시장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것이 독과점 구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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