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근현대사 비중 40% '뚝'
"교육과정 자체 되짚어봐야" 지적

서울 종로구 A여고 2학년 최미래(17)양은 한 친구의 이 같은 질문을 받고 말문이 막혔다.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 ‘역사덕후(역사를 매우 좋아하는 이들을 이르는 인터넷 신조어)’로 불리는 최양은 학교 친구 60명을 대상으로 근현대사 인식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40%가 1932년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열린 일본의 전승축하 행사장에서 ‘도시락 폭탄’을 던진 이로 윤봉길이 아닌 안중근을 꼽았다. 61%는 ‘5·16 군사정변을 전두환이 주도했다’고 답하는 등 친구들의 역사 수준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했다.
최양은 “중학교 때는 역사 시간에 조선시대까지만 배웠고, 고1 한국사 시간에도 전근대사 부분만 배웠다”며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해서 근현대사 교육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설문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통상 근대는 1860년대 흥선대원군 집권 이후, 현대는 1945년 광복 이후를, 전근대는 근현대 이전을 각각 말한다.
지난달 초에는 아이돌그룹 AOA의 설현과 지민이 한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알아보지 못한 데다 지민은 ‘긴또깡(김두한의 일본식 표기)’이라고 불러 연예인들의 근현대사 인식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현대사 교육 자체를 되짚어봐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부족한 수업 시수와 근현대사 비중 축소 등으로 학생들이 근현대사 부분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 B고교의 한 역사교사는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약 82시간 안에 반만년 역사를 다 가르쳐야 하는데, 전근대사 부분만 해도 내용이 많아 뒤에 배치된 근현대사 부분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근현대사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대단원 수를 기준으로 2011년 발행된 고교 검정 교과서의 경우 약 70%였던 근현대사 비중이 2014년부터 보급된 교과서들에선 약 55%로 줄었다. 게다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7년부터 중·고교에서 사용될 국정 역사교과서에서는 근현대사 비중이 더 줄어들 전망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전과 같이 근현대사 대단원이 3개로 똑같이 가기 때문에 비중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대사 대단원이 하나 추가돼 근현대사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었다고 봐야 한다. 중단원의 경우 전근대사 부분은 기존 17개에서 15개로 줄인 반면 근현대사 부분은 21개에서 12개까지 줄여 근현대사 비중은 약 40%까지 떨어졌다.
한철호 동국대 교수(역사교육)는 “고교 과정에서 근현대사 비중을 늘리고, 수업시수를 조정하는 등 구조적인 부분들을 개선하지 않으면 제2의 ‘긴또깡 논란’이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