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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아버지의 뻔뻔한 항변…미국 사회 '공분'

입력 : 2016-06-07 14:06:30 수정 : 2016-06-07 1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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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0분의 행동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다."

미국 성폭행범 아버지가 재판부에게 보낸 이같은 탄원서가 미국 사회에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가해자 아버지라지만 성폭행을 ‘범죄’가 아닌 ‘행동’으로 표현한 무감각·몰지각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 징역 14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성폭행범에게 판사가 고작 징역 6월만 선고한 것을 놓고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일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지방법원 애런 퍼스커 판사는 지난 2일 세 건의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전 스탠퍼드대학 재학생 브록 터너(20)에게 징역 6월과 보호관찰 3월을 선고했다. 퍼스커 판사는 "(범죄의 심각성에도) 가해자의 나이와 사건 당시 만취 상태였다는 점, 전과가 없다는 점 등 여러 긍정적인 요인을 참작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스탠퍼드대학 수영선수였던 터너는 지난해 1월 대학 기숙사 파티 도중 교정에서 만취한 여성(23)을 세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범행 현장을 지나던 학생들에게 붙잡힌 터너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인계돼 지난 3월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검찰은 징역 6년을 구형했으나 퍼스커 판사는 "터너가 (추후)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할 것 같진 않다"며 "징역살이도 그에겐 상당한 충격일 것"이라고 형을 낮춰 판결했다.

터너의 아버지 댄 터너는 그날 사건 이후 아들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아버지는 퍼스커 판사가 이날 대독한 탄원서에서 "아들은 깨어있는 매순간 걱정과 불안, 두려움, 우울에 떤다"며 "앞으로 그의 삶은 한때 이루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노력했던 꿈과는 전혀 딴판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아버지는 "(징역형은) 아들의 지난 20여년 삶 가운데 단지 20분 간의 행동에 대해 치러야할 대가 치고는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아버지의 이같은 입장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몸서리쳐지도록 부끄럽고 끔찍한 일"이라는 분노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재판을 참관한 마이클 도버 스탠퍼드대학 교수(법학)는 트위터에 "브록 터너 아버지는 아들이 ‘20분의 행동’ 때문에 감옥에 갈 만큼 ‘폭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위터러 존 호지먼(@hodgman)은 "아버지의 뻔뻔함과 무지에 몸서리가 처진다. 아버지의 어처구니없는 특권의식에 할 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인터넷매체 버즈피드는 5일 피해 여성이 재판부에 보낸 호소문 전문을 공개했다. 이 여성은 "그날 이후 나는 더이상 예전의 자존과 기쁨, 평온함을 느낄 수 없다"며 "나는 발가벗겨졌고, 끊임없이 자학하며 늘 분노와 공허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이어 "나는 내가 더 이상 내 몸을 원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다"며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주에 유독 관대한 가부장적 문화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술을 마시는 것과 술을 마신 뒤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다르다"며 "술을 마시고 난 뒤 누군가를 강간했다고 해서 죄가 가벼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재판부는 남자들이 여자들을 어떻게 존중할지를 보여줘야지, 술을 덜 마시는 법만 가르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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