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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인 2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양천공원에서 열린 ‘해누리 세대이음 페스티벌’에서 다문화가족 부부의 전통혼례식이 열리고 있다. |
24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수는 174만명을 넘어섰다. 2006년 54만명이던 외국인 주민수는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했다. 외국인 주민수 증가율은 연평균 14.4%로 주민등록인구 증가율(0.6%)에 비해 25배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국 다문화가구수도 27만8036가구로 2012년(26만6547가구)에 비해 4.3% 늘어났다. 특히 만 9∼24세 자녀 수가 8만2476명으로 24%가 껑충 뛰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수 대비 다문화가구의 비중은 1.3%에 달한다.
과거와 비교하면 ‘다문화사회’로의 이행 속도는 빠르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준에서 보면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 유입에 폐쇄적인 나라다. OECD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은 2.0%로 슬로바키아(1.1%), 헝가리(1.4%), 일본(1.6%) 등에 이어 끝에서 4번째다. 1위인 룩셈부르크(45.8%)가 국민의 절반이 외국인인 것과 대비된다. 10위권 밖에 있는 영국(7.7%), 스웨덴(7.2%), 덴마크(7.1%), 아이슬란드(7.0%), 미국(7.0%) 등과 비교해도 3분의 1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외국인들은 이런 차별을 현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매일 마주하고 있다. 결혼이민 여성들은 ‘한국인’ 가족들에게도 멸시를 당하기 일쑤고, 그 자녀들은 학교에서 ‘왕따’에 괴로워한다. 이주근로자들은 회사 내 학대에 가까운 노동을 강요당하고, 피부색 다른 비아시아계 외국인들은 길거리를 지날 때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을 마주한다.
필리핀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A(11)군은 “2년 전쯤 친한 친구 엄마가 친구에게 ‘쟤랑 놀지마’라고 말하는 걸 들은 이후에는 까맣다, 더럽다,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 정도에는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며 일상화된 차별을 털어놓았다. A군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늘 (한국인에게) 무시당하고 사이가 좋았던 적은 없다. 심지어 ‘한국인 아빠’도 술취하면 엄마와 나를 때리며 무시한다”고 자신을 한국과 분리해서 말했다.
여성가족부와 복권위원회는 다문화가족 82만시대를 맞이하여 서울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다문화가족과 시민들이 함께어울리는 "봄.만남.어울림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에는 다문화 다국적 노래단인 "몽땅"과 결혼이민자 난타동아리 "다울림 공연단",소프라노 권미현씨와 테너 최기수씨,피아노 최은주씨 등이 출연하는 성악공연이 이어졌다. 서상배 선임기자 |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평등사회연구센터장은 “우리 국민의 다문화를 대하는 자세에는 ‘이중적인 평가’와 ‘일방적 동화’가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을 대하는 자세가 다르고, 우리나라에 정착한 외국인에 대해서는 이해보다는 “한국에 왔으면 한국문화를 따르라”는 일방적 강요가 강하다는 것이다. 안 센터장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은 경제적 위기와 정치적 선동 등이 함께 합쳐질 때 외국인에 대한 범죄로 번질 수 있고, 거꾸로 차별받던 외국인이 범죄자가 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지속적인 교육과 사회문화적 캠페인 등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비합리적인 비난이 잘못됐다는 인식이 사회적 기준으로 자리 잡아야 시민들의 자율적 규제로 ‘반다문화 인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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