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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청 문민화로 투명성 확보… 국민 신뢰 되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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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5-24 20:45:37 수정 : 2016-05-24 20: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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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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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무기획득 업무를 총괄하는 장명진(65) 방위사업청장에게 지난 2년은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2014년 11월 군인과 관료들 차지였던 방사청장 자리에 무기개발 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 출신이 발탁됐다는 소식은 세간의 화제였다. 더구나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었다. 사람들 입방아에 오른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의 칼날이 방사청을 비롯해 방산업계 전반으로 향하면서 위기감은 고조됐다. 방사청이 방산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상황으로까지 사태가 치닫자 장 청장은 국민적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어 터진 한국형전투기(KF-X) 도입사업과 관련한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 등 핵심기술 이전 잡음은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런 탓인지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방위사업청 접견실에서 만난 장 청장은 이마의 주름살이 취임 당시보다 더욱 깊게 패어 있었다. 하지만 줄곧 경직됐던 표정은 한층 밝아졌고, 고위공직자에게서 보기 힘든 소탈함은 이제 그의 상징처럼 됐다. 흔들리는 조직을 추스르며 다진 내공이 배가된 것으로 여겨졌다. 장 청장은 “이제 방위사업 비리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용산에서 방사청이 겪은 치욕은 모두 잊고, 올해 말 이전할 과천청사에서 방사청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어느 때보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났다.

-취임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부임했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지 않나.

“그때는 복잡한 일이 너무 많았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보니 하루 2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 집사람에게서 ‘당신은 왜 그렇게 사서 고생을 하냐’며 핀잔을 듣기도 했다.”(웃음)

-그 무렵 늘 굳은 표정이었는데.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방산비리로 많은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게 눈에 보이던 시절이었다. 직원들이 택시를 타고 출근하려면 운전기사 눈치가 보여 ‘방사청 가자’고 선뜻 말하지 못하고 ‘용산고 사거리 갑시다’라고 했을 정도라고 들었다. 직원들도 나도 마음이 불편한 시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방사청이 해야 할 일을 분명히 아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애국자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마음 고생이 심했겠다. 비리를 막을 비책이라도 세웠는지.

“비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제적 조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도는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직원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지를 무수히 고민했다. 고민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선다.”

-어떤 대책이 있나.

“먼저 지난달 출범한 방위사업감독관실을 꼽을 수 있다. 방위사업 주요 단계에서 법적 문제가 있는지 예방 차원에서 점검하는 조직으로 70여명의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문제점을 미리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과거보다 사업 투명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현직 방사청 직원 간의 불법적인 유착고리를 차단하기 위한 취업제한 강화,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한 익명신고시스템도 시행 중이다. 방위사업 분야의 청렴성 확산을 위한 노력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엔 ‘제1회 방위사업 청렴성제고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했다.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청렴교육과 윤리경영을 위한 지원도 지속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방위사업 비리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방위사업 비리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100% 없어진 것은 아니다. 과거 비리는 어쩔 수 없다 해도 앞으로는 예방적 조치를 취해나가면서 비리 연결 고리를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방사청 차장과 본부장, 국·부장들이 해야 할 일을 정해줬다. 다들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방사청 소속 민간인과 군인 비율을 5:5에서 7:3으로 바꾸는 방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방사청 문민화는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방사청에서 근무하는 군인 300명을 민간인으로 신분을 전환해 인력비율을 7:3으로 조정할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체나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사람을 영입하거나 방사청 내 소령, 중령들을 공무원으로 신분전환할 계획이다. 신분전환된 군인들은 보통 10년 가까이 무기획득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들이라 이 분야의 베테랑이다. 통상 중령은 54세가 정년이지만 공무원으로 신분을 바꾸면 60세까지 일할 수 있어 퇴직 후 일자리를 미끼로 한 검은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조정작업이 끝나는 2018년 6월에는 방사청 내 공무원이 1100명, 현역 군인은 500명선을 유지할 것이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이 23일 서울 용산구 방사청 접견실에서 가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방위사업 비리 근절과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군인을 공무원으로 신분전환하는 것을 두고 ‘말 바꿔타기’라는 지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현역 군인이 공무원으로 신분전환을 희망하면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얘기가 아니다. 엄격한 공개 선발을 통해 자격 요건을 갖춘 이들만 관문을 통과시킬 것이다. 정부 부처에서 이처럼 공무원을 순수하게 증가시키는 전례가 없다. 벌써부터 외부에서 관련 업무 학위 소지자나 교수, 변호사 출신까지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KF-X사업이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정부는 KF-X가 ‘21세기 신성장동력’이며, 국내 항공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투기 개발이 끝나면 해외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앞으로 전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KF-X 경쟁자는 F-35가 아닌 F-16이다. F-16은 이미 3000여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20~30년 후에도 그 많은 F-16이 유지될 수 있을까. KF-X는 그 틈새를 파고들 모델이다. 이제 세계 각국에서 F-16은 도태가 진행 중이지만 이를 대체할 전투기는 KF-X 말고는 마땅히 없다. 물론 수출을 하려면 비용 절감 등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엔진을 비롯한 90여가지 주요 핵심 장비를 국산화해 국산화율 65%를 달성할 예정이다. 국산화 대상 품목들은 위험등급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AESA레이더는 최우선 관리항목으로 지정해 정기적으로 개발 현황을 평가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조만간 KF-X 엔진 입찰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안다.

“지난해 8월부터 KF-X 체계개발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KF-X 엔진 기술협력생산업체인 한화테크윈과 함께 해외 엔진업체들과의 협상을 진행해 왔다. 업체 제안서에 대해 성능, 비용, 국산화 계획, 계약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평가팀에는 업체 관계자 외에 정부 측 인사도 참여했다.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할 것이다.”

-방사청 주장에도 KF-X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은 여전하다. AESA 레이더 개발도 마찬가지다.


“KF-X는 AESA 레이더 외에도 기술적 난관이 적지 않다. 개발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대외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국회 국방위에 KF-X 리스크 관리 소위원회나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이 주관하는 평가위원회가 있고 방사청도 자문위원회를 운영한다. 20대 국회에서도 기술보안 사항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투명하게 공개해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가며 KF-X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매일 최선을 다하자는 신념을 갖고 일한다. 부임 이후 방위사업 비리로 실추된 국내 방위사업의 이미지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연초부터 방위산업체들을 돌아보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것도 올해 안에 반드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방산수출 증대 등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연말에는 과천으로 청사를 이전하는데, 용산에서의 치욕은 다 던져버리고 가겠다.

군이 운영하는 다양한 무기의 성능미달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관심사다. ADD 인력을 유지하고 국방기술품질원의 품질보증 활동과 방산업체의 무기 생산 및 수출이 현재보다 더욱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신경써야 한다. 이를 한데 묶어 효과적인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 역시 숙제다. 내 나이 예순다섯이다. ADD에서 40년 연구원 생활을 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뭘 더 바라겠나. 방사청을 반석 위에 올려놓는 데 내 마지막 힘을 보태겠다.”

대담=박병진 군사전문기자, 정리=박수찬 기자 psc@segye.com

◆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약력 


●1952년 출생 ●대전고 ●서강대 전자공학과 ●충남대 전자공학과 석사 ●ROTC 12기(중위 전역) ●국방과학연구소 제3체계개발본부 체계부장 ●〃 종합시험단장 ●〃 제1본부장실 수석연구원 ●〃 연구위원 ●방위사업청장(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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