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에서 캔 버섯이나 뿌리식물 등을 잘못 섭취해 사망까지 하는 사례는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담금주를 나눠 마신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 6명이 구토와 마비증세 등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충북 청주의 한 식당에서 열린 연말모임에서 ‘몸에 좋다’며 서로 술을 권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들이 마신 술은 ‘만병초’로 만든 술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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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독성성분이 함유된 식물로 술을 담가 마셔서 일어나는 사고가 이어지자 보건당국은 22일 ‘담금주 경계령’을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식물성 143개, 동물성 17개 등 총 166가지를 ‘식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지정했다.
담금주는 원료가 되는 약초, 과일 등과 담금용 술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 없이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등산객이나 인근 주민이 위험한 원료인지 모르고 담금주를 만들어 약용주라며 돌려 마시는 경우가 흔하다.
식약처는 이 같은 원료 중 특히 주의해야 할 3가지를 꼽았다. 그중 하나가 ‘투구꽃’, ‘부자’ 등으로 불리는 ‘초오’다. 초오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진통, 항염, 강심작용 등에 쓰인다. 하지만 뿌리와 줄기, 잎에 독성이 있어 잘못 섭취할 경우 전신마비나 부정맥을 불러일으키고, 입술과 혀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특별한 해독제가 없어 호흡마비 증상이 오면 보조호흡을 제공하는 것이 치료의 전부다.
만병초는 ‘만병통치약’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며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상식이다. 해열, 복통, 무좀 등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민간 약초이지만 잎 뒷면에는 그래야노톡신(GTX)이라는 독성 성분이 있어 함부로 먹을 경우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만병초는 만년초, 천상초, 풍엽 등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리며 태백산을 비롯해 울릉도, 한라산, 지리산 등 해발 7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잘 자란다.
만병초에 중독되면 섭취한 지 수시간 내에 저혈압, 타액분비 증가, 구토, 무력감, 의식소실, 시야장애, 경련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많지만, 흡수된 독성 성분의 양에 따라 증상의 지속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산에서 채취한 약초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위험 성분이 있는지 파악한 뒤, 위생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 술, 차 등을 담그야 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식물의 뿌리 부분뿐만 아니라 꽃을 이용한 담금주 역시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암술, 수술, 꽃받침 부분에 독성 성분이 있는 경우가 있어 이 부분은 제거하고 쓰는 것이 좋다.
특히 수술 부분에 약한 독성이 있는 진달래의 꽃술은 반드시 떼어내고 먹어야 한다. 진달래와 비슷한 모양을 가진 철쭉 꽃은 물론 은방울꽃, 동의나물꽃, 애기똥풀꽃 등도 식용으로 금지된 꽃 종류다.
식약처 홈페이지의 ‘식품안전정보포털’을 통하면 간단한 검색만으로 독성 포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독성이 제거된 상태라고 해도 보관한 지 오래됐거나 잘못된 장소에 보관했다면 부패, 변질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담금주를 담을 용기 역시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고, 열탕 소독 후에 잘 말려 사용한다.
식약처 주류안전관리기획단장은 “주류 시장이 커짐에 따라 안전성을 확인할 수 없는 제품들을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독성이 함유된 원료로 만든 담금주를 조리, 영업할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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