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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전관예우…고액 수임료… '자연뽕' 그리고 관행

입력 : 2016-05-09 19:42:38 수정 : 2016-05-09 19: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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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기소 결정권 쥔 막강 권한에… 검찰 수사단계 의혹 집중
한국 사회에선 ‘전관 출신 변호사에게 거액의 수임료를 건네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속설이 정설로 통한다. ‘전관예우’와 ‘고액 수임료’라는 두 짝은 법원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대표적 요인이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법조계는 “전관 변호사 수임에 따른 부당한 일처리는 결단코 없다”는 공식적 답변을 되풀이한다.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50억원대 변호사 선임료 논란이 불거진 지금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전관 의혹 가장 많아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관예우와 고액 수임료 의혹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단계는 검찰 수사 국면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참고인 소환조사, 구속영장 청구, 기소 여부 등 결정권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 검찰 권한이 강력한 만큼 뒷소문 역시 검찰과 관련한 것이 많다.

핵심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권한이다. 피의자는 구속되면 심리적·신체적으로 위축되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검사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변호사는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을 놓고 의뢰인과 별도로 계약을 맺기도 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관 검사들이 영장 청구를 막아주는 대가로 의뢰인에게서 어마어마한 수임료를 받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법정에서 법리 다툼이나 하는 판사 출신과는 버는 돈의 단위가 다르다”고 말했다. 지금은 변호사 수 폭증과 경기침체로 얘기가 다르지만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개업 1년차에 ‘스무 장’(20억원) 수임이 공식인 때가 있었다. 사건 의뢰인들이 ‘검사 출신이라면 영장 청구나 수사에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사건을 맡기기 때문이다.

다만 검사 출신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기대와 실제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막무가내로 전화 변론을 하거나 외압을 가했다가는 좁은 법조계에서 나쁜 소문이 돌기 십상이기 때문에 전관 변호사들 스스로 조심한다는 것이다. 또 외부에서 생각하는 만큼 전관예우라고 할 만한 것을 받지도 못한다고 한다. 실제로 검찰 고위직 출신 인사가 막대한 액수의 수임료를 대가로 상층부에 수사 로비를 하려다가 면박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돌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자연뽕’ 사건이 부풀려지면서 전관로비 의혹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자연뽕이란 ‘자연스럽게 잘 풀려나갈 수밖에 없는 사건’을 일컫는 법조계의 은어다. 가령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건이지만 객관적 정황으로 봤을 때 영장이 기각될 수밖에 없거나 혹은 불기소, 무혐의 처분으로 끝날 가능성이 짙은 사건을 말한다. 법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는 결과를 예상할 수 있지만 사건 의뢰인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이럴 때는 변호사가 수임료를 아무리 높게 불러도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린 의뢰인은 덜컥 수임 계약을 체결해 버린다. 그러다 나중에 사건이 잘 풀리면 변호사는 자신의 공으로 내세운다. 의뢰인은 사건의 실체를 모르고 전관 변호사를 써서 잘 해결된 줄 알지만 실상은 딴판인 셈이다. 한 변호사는 “전관 출신 변호사에 대한 환상이 커진 건 이런 자연뽕 사건을 과장되게 부풀려 수임한 뒤 스스로 공치사를 하는 업계의 영업 관행도 한몫하는 것 같다”며 “법조 직역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는 데는 법조인 자신들의 탓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법, ‘성공보수 약정 무효’로 판례 변경

형사사건과 관련한 뒷말이 끊이지 않자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7월 과감하게 판례를 변경했다. 형사사건에서 체결한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선언한 것이다. 의뢰인이 불기소나 영장 기각, 무죄와 같이 형사 절차에서 유리한 결정을 얻는 조건으로 돈을 추가로 더 주기로 했다 해도 그런 계약은 무효란 취지다. 형사사건은 국가 형벌권을 실현하는 절차여서 변호사 직무의 윤리성이 필요하고 형사절차와 관련한 신뢰성과도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사적인 대가 수수관계에 맡겨둘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논리였다. 성공보수를 허용하면 변호사가 부당한 방법을 사용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정당한 결과마저도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일부 변호사가 대법원의 취지를 왜곡하는 새로운 관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착수금을 높게 부르는 방식으로 성공보수 금지 판례를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법조 직역에 대한 신뢰도는 결국 법조인 스스로 높이는 수밖에 없다”며 “법조계 전체 차원에서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는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준·정선형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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