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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짜 '전관' 내세워 의뢰인에 사기

입력 : 2016-05-09 19:42:46 수정 : 2016-05-10 00: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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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2000만원 뜯은 브로커 구속 / 함께 모의한 변호사도 입건
“내가 친한 국회의원이랑 부장검사에게 이야기해 줄게. 전화 한 통이면 검찰 수사 시작되니깐 돈이나 준비해 둬.”

2014년 9월 한 언론협회 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정모(55)씨는 임모씨에게 접근해 “당신이 고소한 사건의 재수사가 이뤄지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임씨는 모텔 소유권을 놓고 분쟁을 벌인 상대방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했지만 수사기관에서 불기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불복해 법원에 낸 재정신청도 기각됐다.

오히려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임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는 정치인, 법조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정씨가 법원 또는 검찰 출신 거물급 전관 변호사를 동원해 자기 사건을 해결해줄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4차례에 걸쳐 총 2000만원을 건넸다. ‘전관’의 위력을 수없이 들어온 터라 주저하지 않고 돈을 건넨 것이다. 하지만 검찰수사 결과 정씨는 언론협회장은커녕 사기죄 전력 4범의 법조브로커로 드러났다.

정씨와 공모한 이모 변호사 또한 임씨가 기대한 전관 출신과 거리가 먼 평범한 변호사였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검사 노만석)는 9일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정씨를 구속 기소하고, 정씨와 짜고 판사에게 건넬 로비 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아 챙긴 이 변호사도 입건했다고 밝혔다.

법조비리가 터질 때마다 법조계는 자구책을 내놓으며 근절 의지를 보여 왔지만 법조브로커, 전관예우, 고액 수임료 등의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전관 변호사 등 권력자를 동원하면 한 번 기각된 사건도 재수사가 가능하다’고 여긴다.

최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으로 법조비리 등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내는 거액의 로비 자금,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부장판사를 포함한 유력 법조인과 만나고 다니는 브로커 등 한국 사회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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