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은 예전보다 짧은 시간에 많은 분량의 텍스트를 읽을 것을 요구한다. 시험 시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식의 어휘·어법 학습과 독해 연습이 필요하다. 수능에서 출제되는 문제유형은 그 난이도가 고르지 않다. 빈칸문제, 순서배열 문제처럼 해석과 동시에 글의 흐름까지 잡아나가야 하는 문제의 경우 난도가 높은 반면 주제, 요지, 제목과 같이 해석만 되면 바로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는 난도가 낮은 편이다. 따라서 문제 하나하나에 같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평균적으로 독해시간 대비 문제수를 나누면 독해 한 문제당 1분30초안에 풀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난도가 낮은 문제는 40초에서 1분 이내로 풀어서 난도가 높은 쪽에 시간을 더 투자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이어서 듣기와 어휘·어법, 독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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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어는 짧은 시간에 많은 지문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학습법을 택해 공부해야 한다.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다음날인 지난해 11월13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능 가채점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수능 영어영역의 첫 단추는 듣기다. 듣기문제를 어떻게 치르느냐에 따라 독해문제를 대할 때 부담이 달라진다. 청취력은 지식의 영역이기 이전에 감각의 영역이다. 특정 표현을 머리로만 암기하고 있다고 해도 들리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청취감각을 꾸준히 유지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30분 이상 매일 듣기 훈련을 해 주는 것이 좋다. 훈련할 때는 실제 시험처럼 주위 환경을 만들어야함을 유념하자. 듣기연습을 할 때 이어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험에선 스피커를 통해 방송이 재생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카세트를 이용하는 것이 좋지만 요즘은 구하기 어려우니 MP3 플레이어에 스피커를 연결해 듣는 것이 좋겠다. 지금까지 듣기 난이도는 독해에 비해 거의 일정하게 유지돼 왔다. 때문에 기출 문제를 이용해 연습하는 것이 좋다.
어휘 역시 주기적인 반복학습이 중요하다. 최근 수능이 이전에 비해 어려운 어휘를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휘 난도가 급격히 높아졌다고 볼 수는 없다. 수능 출제 매뉴얼에 따르면 지문 내의 단어는 되도록 고2 수준이어야 하고, 고3 수준의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실생활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출제할 수 있는 어휘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능의 어휘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휘 자체의 난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하나의 어휘를 독립적으로 쓰기보다는 구나 절 표현, 즉 덩어리 표현으로 사용함으로써 문장의 호흡이 길어졌고 글 전체 내용이 이전에 비해 깊은 사고를 요하는 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려운 단어를 새로 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필수 단어를 정확하게 암기하고 확장된 표현을 이해하는 것이다.
특히 길이가 짧거나 쉬운 표현일수록 알고 있다고 자만하다가 마주치면 한참 생각해야 그 뜻이 겨우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어휘가 많아질수록 독해 시간이 늘어난다. 따라서 뜻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어휘가 있다면 반드시 ‘모르는 어휘’ 리스트에 포함시켜야 한다.
단어를 보고 즉각 뜻이 떠오르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주기적인 반복이 중요하다. 즉, 오늘 배운 단어를 며칠 뒤에 봐야 하고, 그 후 또 며칠 뒤에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모두 끝내려는 학습 방식보다는 단어나 표현에 주기적으로 자신을 노출시키도록 계획을 짜야 한다.
문법 공부는 독해의 초석을 쌓는 것이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 문법 문제가 2문항에서 1문항으로 줄고, 문법 문제의 난도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탓에 학생들이 문법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독해를 잘 할 수 없다. 지문의 각 문장은 어휘를 문법이라는 규정에 따라 배열해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문법을 공부할 때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론만 보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예문·지문을 정확히 해석해 보는 연습을 병행해야 한다. 문법을 단지 특정 문장 구조로 규정하는데 한정하지 말고 그 구조가 담고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것으로 확장해야 한다.
수능에 주로 출제되는 문법은 관계사와 의문사, 접속사, 일치, 준동사, 태, 형용사, 부사 등으로 독해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문법만을 방대하게 다룬 책보다는 중요 문법들이 잘 정리돼 있고 연습 문항이 충분히 있는 개념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앞서 언급한대로 개념을 이해한 다음, 문장에서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석하고 이를 이해해야 함을 명심하자.
◆독해는 EBS를 ‘제대로’ 활용해야
지난해부터 ‘EBS N제’가 EBS 연계교재에서 제외되면서 공부해야 할 텍스트 분량이 다소 줄어든 편이다. EBS 교재를 6월과 9월 모의평가에 70%씩 반영해야 하고, 교재들이 연초에 한꺼번에 출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시험에서 다뤄야 하는 텍스트의 분량은 어느 정도 한정된다. 6월에 보는 모의평가에선 6월 전에 출시되는 교재에 한해 70%를 반영할 수 있으며, 9월 모의평가에선 9월까지 출시된 교재에서 6월 모의평가에서 사용된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에서 70%를 반영해야 한다. 수능의 경우 6월, 9월 모의평가에서 사용한 문제를 제외하고 수능 근래에 나온 교재까지 합친 범위 내에서 출제해야 한다. 따라서 각 모의고사 이후 EBS 지문 중 어떤 지문이 반영됐는지 점검하고 모의고사 일정과 교재 출시일을 대조해 봄으로써 시험 범위를 어느 정도 한정할 수 있다.
EBS 교재의 지문이 수능에 70% 반영되는 것이 학생들에게 좋은 일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한 번 봤던 지문이 시험에 나온다면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출제자 입장에선 변별력을 위해 나머지 30% 문제의 난도를 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위권과 중위권 사이의 등급을 가르는 결정적인 문제는 EBS에 없는 지문에서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최근 수능과 모의고사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최근 본수능과 모의고사 오답률 상위 5문항 대부분은 EBS 비연계 지문에서 출제된 문제다. 그러므로 EBS뿐만 아니라 다양한 내용과 구조를 가진 지문을 평소 많이 접해보고, 근본적인 독해 실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EBS에만 올인하거나 EBS 해석본만 보고 지문 내용을 달달 외우는 학습법으로는 좋은 점수를 낼 수 없다. 연초에는 개념 학습에 3분의 2 정도의 시간을 배분하고, 수능이 다가올수록 EBS 교재 공부에 시간을 좀 더 배분해주는 것이 좋다.
EBS 지문이 수능에 반영되면서 생긴 잘못된 공부법 중 하나가 해석본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다. 지문의 내용만 알면 된다는 식인데, 실제로 시중 서점에 나가보면 EBS 해석본이나 요약본만 있는 책도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짧은 시간 안에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 수험생들의 심리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지만 이러한 공부 방식은 오히려 시간 낭비가 될 공산이 크다. 실제로 EBS 지문 중 그 내용이 상식적·통념적인 것은 글의 대의를 파악해야 하는 주제, 요지, 제목 문제로는 거의 출제되지 않는다.
또 해석본이나 요약본을 보더라도 수많은 지문 중 어떤 내용의 것인지 바로 파악하기 어렵고 내용을 어렴풋하게 기억한다고 해도 문제 유형이 바뀌기 때문에 막상 문제를 풀 때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EBS 공부를 할 땐 해석본을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해석본을 보면 그 문장을 스스로 해석한 것 같은 안도감이 들어 실제로 자기 실력이나 약점을 파악하기 어렵다. 다시 말해 문장이 해석되지 않거나 지문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 문장과 지문을 통해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게돼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해석본을 보면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EBS 반영 문제의 핵심은 지문을 변형하지 않고 문제를 바꿔 지문의 다른 맹점을 들춰내는 것이다. 어법 문제로 풀고 나서 전체 글의 요지와 핵심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전부 정리해 두고 있어야 해당 지문을 통해 다른 문제가 나와도 대비할 수 있다.
조은정 스카이에듀 영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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