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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론은 박태환 편이다. 이미 그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만큼 올림픽 출전까지 막는 것은 과도한 이중 처벌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박태환의 리우 올림픽 참가를 놓고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70.9%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은 21.7%에 불과하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연령층에서 ‘찬성’ 의견이 대다수로 나타난 가운데 60세 이상(82.8%)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76.9%), 40대(74.2%), 30대(63.2%), 20대(52.3%) 순이다.
이처럼 박태환을 올림픽에 내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것은 그가 여전히 메달권에 근접한 세계적인 기량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은 지난달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에서 시즌 세계랭킹 4위의 기록으로 우승하는 등 4관왕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A기준 기록을 넘어서는 발군의 실력이다. 기록만 놓고 본다면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충분하다. 더구나 외국선수를 한국선수로 귀화시켜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마당에 이런 세계적인 선수를 스스로 내팽개치는 것은 큰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전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이 지난 2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
박태환이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박태환이 승소하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대한체육회에 있다. CAS의 결정은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가 CAS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결국 박태환이 리우올림픽 무대를 밟기 위해선 대한체육회가 스스로 스포츠 공정위의 규정을 바꾸는 게 유일한 수단이다. 다만 박태환을 리우에 보내자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만큼 체육회는 다음주에 경기력 향상 분과위원회를 열어 국가대표 수영선수 명단을 추천할 예정이다. 그러나 박태환의 선발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박태환이 FINA의 혹독한 징계를 끝내고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지만 그는 여전히 깜깜한 터널 속에 갇혀 있다. 대한체육회가 과연 그를 터널에서 꺼내줄지 주목된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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