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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선 ‘수능식’으로 공부해야 한다. 수능은 이해력과 추리력을 요구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단순히 내용을 암기하거나 문제만 계속 푸는 게 아니라 개념을 철저히 공부하고 이를 천천히 문제에 적용해 보는 연습을 꾸준히 반복해야 한다.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지난달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국어영역 문제지를 받은 뒤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표상적 지식과 절차적 지식에 대해 먼저 얘기하겠다. 표상적 지식은 경험을 통해 일반화된 지식을 얻거나 반박될 수 없는 선험적 지식을 말한다. 학생들의 공부에 적용하면 배워서 아는 것이다. 반면 절차적 지식은, 예를 들면 우리가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때 자전거에 대한 정보를 먼저 배우고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자전거 타는 능력을 얻는 것이다.
기존의 내신이나 학력고사는 표상적 지식과 유사하고 수능은 절차적 지식과 유사하다. 가령 김유정의 소설 <봄봄>을 읽을 때 작품의 내용이나 배경 등 정보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현대소설에 대한 기본 개념과 소설 읽는 법을 배우고 이를 반복적으로 연습해 어떤 작품이 나와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묻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일부 교사나 학원 강사들도 이런 점을 잘 모르고 작가와 작품을 정리하고 암기시키고 심지어는 작품 적중에 몰두한다. 이는 소설의 어느 부분이 나와도 나온 부분까지의 내용을 소설의 기본원리로 읽고 이해만 하면 되는 것을 그 소설 전체를 파헤쳐 연구·분석해 쉽게 갈 수 있는 수능 국어의 길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행태다.
그렇다면 수능 국어를 대비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뭘까? 먼저 수능식으로 강의하는 선생님을 찾아야 한다. 글의 종류, 특성, 주제 등 지문의 내용을 미리 알려 주거나 선생님이 지문을 이해시키기 위해 내용을 설명해 주는 친절한 강의가 아니라 배경지식 없이 지문에 있는 정보만으로 읽어 나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스포츠 코치 같은 선생님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방법을 이해한 후 필기하고, 왜 그렇게 가르쳤는지 스스로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이후 수시로 재차 연습해서 체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배운 방식대로 다음 시간 배울 내용을 연습해 본 뒤 선생님과 자신의 방법이 일치돼 가는지를 확인하고, 맞지 않는 곳이 있으면 그 이유를 찾아 다음 예습에 반영해야 한다. 이후 따로 기출문제집 등을 구입해 반복적으로 연습해 나가면 된다.
또 배운 내용을 의도적으로 머리에 남기려 해서는 안 된다.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남는 것은 상관없지만 말이다. 간혹 학생들이 기억에 남지 않으면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평소보다 지문이 잘 읽히고, 문제가 잘 풀리면 능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수능은 보이지 않는 능력을 묻는 시험이다.

1등급에서 2등급 초반의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수능이 어려울 경우 현격한 실력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수능 국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이 있는 상위권 학생이 돼야 한다. 이미 알아도 더욱 정확하게 개념과 접근방법을 배우고 익혀 많은 문제를 다뤄야 하며,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집중력을 유지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수능 기출문제와 평가원·교육청·사설 모의고사, 시중 판매 문제집까지 모든 유형의 문제를 섭렵해야 한다.
이 등급대의 학생들은 대부분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20분 정도 남기는 학생들이 많다. 가능하면 시간을 남기지 말고 모두 사용하도록 하자. 그래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 있다면 EBS에 나온 문학작품들을 모두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문을 봤을 때 내용이 기억날 정도가 되면 시간적 여유가 생겨 화법, 작문, 비문학 등에서 시간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문학작품을 정리할 때는 인터넷 강의를 이용해서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시중 교재들이 쓸데없이 많은 양의 내용을 정리해 놓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법이 다소 약한 학생의 경우 문제만 푸는 것보다 개념을 다지면서 문제에 적용하는 연습을 해나가야 한다.
2등급 후반부터 3등급을 받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 수능에 대해 알고 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고, 특히 약한 파트가 있는 학생들이다. 쉬운 문제만 계속 풀고 어려운 것은 피하고 잠시 잘 나온 점수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은 등급대인데 그래선 안 된다. 비문학이 약하다면 개념 강의를 들으면서 지문 읽는 법과 문제 푸는 법을 배우고 기출문제를 이용해 배운 방식대로 계속 적용하는 연습을 해 약점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서두르지 말고 정확하게 읽고 푸는 연습을 먼저 하고, 그러고 난 뒤에 시간배분 연습을 해야 한다. 기출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개념 강좌를 듣고 약점을 메우면서 천천히 배운 내용들을 문제에 적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
4등급 이하의 성적을 받는 학생들은 내신과 수능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지문과 문제가 주어지면 무조건 읽고 풀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고선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지문 읽는 법과 문제 푸는 법을 모르니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지문을 여러 번 읽게 되고, 따라서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 등급대의 학생들은 일단 기출 문제집을 풀지 말고 개념 위주의 인터넷 강좌를 수강해 문학, 비문학으로 나눠 동시에 수강하면서 읽고 푸는 방법부터 배워야 한다. 이를 끊임없이 반복한 뒤 기출문제 등을 이용해 시간과 관계없이 천천히 정확하게 푸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점점 정확도가 높아지면, 즉 지문 이해가 잘 되고 문제가 잘 풀리면 시간을 조금씩 줄여서 속도를 높여 나가는 식으로 공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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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갑 스카이에듀 국어강사 |
수능은 내신과 전혀 다른 시험이다. 내신이 한정된 범위 내에서 배운 것을 모두 알고 있는지 묻는 시험이라면 수능은 고1 정도의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처음 보는 지문과 문제를 읽고 푸는 능력을 묻는 시험이다. 따라서 내신 공부하듯이 수능을 공부하면 고2 말이나 고3 초반에 심각한 성적 하락을 겪을 수 있다. 고1, 2 모의고사 때는 비교적 쉬운 문제가 출제되기 때문에 수능식 공부를 하지 않고도 한동안 성적이 잘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고2 말이나 고3이 되면 지문과 문제의 수준이 달라진다. 이때 적응을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이 생긴다. 이런 상황을 겪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엔 학년별 수능 국어 대비방법을 제시하겠다.
고1 학생들은 내신에 치중하되 방학이나 중간·기말고사 기간이 아닐 때 틈틈이 수능 준비를 해야 한다. 1학년은 먼저 문법과 문학 공부를 통해 문법의 기초를 다지고 문학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게 좋다. 이 과정이 끝나면 모의고사 성적 향상을 위해 수능국어 비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이후 전체적인 복습과 함께 문제풀이를 하는데 이때 고3 기출문제로 연습해야 한다는 걸 명심하자.
고2 학생들은 고3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르는 게 좋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공부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학습이 중요하다. 겨울방학 때까지는 문법과 문학, 비문학을 공부한 뒤 전체적인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어느 정도 반복이 끝나면 지문을 읽고 문제 푸는 방법을 체화시켜 어떤 지문이 나와도 풀 수 있는 수준을 만든 뒤 기출문제에 적용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하면 된다.
현재 고1, 2, 3학년 학생들은 A·B형 시험이 아니라 원래대로 통합 국어 시험을 치른다. 난이도 분리에 따른 부담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다소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쉬운 수능 기조 아래선 학생들의 실력이 쌓이기보다는 EBS 교재 암기 등을 통해 그냥 풀어도 어느 정도 성적이 나왔고, 진정한 ‘수능 국어’ 실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많다. 이런 학생들은 난이도에 따라 성적의 변동이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정시나 수능 최저등급을 맞추기 어렵게 된다.
수능 국어는 상당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수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논리적인 스킬을 갖추면 어떤 지문이 나와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흔히들 하는 ‘수능 국어는 감이다’, ‘기출문제와 EBS만 많이 풀면 된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고 수능식으로 강의를 하는 선생님께 정확한 방법을 배워 누적 반복 복습을 해체화하는 것이 어려워질 통합 국어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능 국어, 이제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수능 국어는 상당히 체계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에 수능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논리적인 스킬을 갖추면 어떤 지문이 나와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흔히들 하는 ‘수능 국어는 감이다’, ‘기출문제와 EBS만 많이 풀면 된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고 수능식으로 강의를 하는 선생님께 정확한 방법을 배워 누적 반복 복습을 해 체화하는 것이 어려워질 통합 국어를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수능 국어, 이제는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
이근갑 스카이에듀 국어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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