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인 2006년 4월10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당시 이만기 기상청장은 고개를 숙였다. 황사가 약해질 것으로 예보했으나 오히려 황사가 더 심해진 데다 뒤늦게 경보를 발령한 ‘뒷북 예보’로 비판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2008년도 훨씬 지난 최근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지만 사과는커녕 달랑 2장짜리 해명인지 설명인지 모를 자료만 냈다. 요컨대 “예보 정확도는 입력자료의 불확실성과 예보모델의 제약으로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며 “한·미 동북아 미세먼지 공동연구와 한국형 예보모델 개발(2017∼2020년) 등 예보정확도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환경부)는 것이다. 10년 전 발표했던 대책과 큰 틀에서 별 차이가 없다.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으로 황사와 미세먼지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정확한 예보시스템이나 대응 방안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벚꽃이 만발한 지난 9일. 주말을 맞아 정부의 일기예보만 믿고 나들이에 나선 시민들은 탁한 황사와 미세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써야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여의도공원을 찾은 김모(45)씨는 “일기예보에서 별다른 경고가 없어서 아침 안개인 줄 알고 한강에 나갔다가 미세먼지 탓에 곧장 귀가했다”며 “별일 아닐 때는 국민안전처 경고문자가 귀찮을 정도로 휴대전화에 떴는데 정작 시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경고 알림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수백억원대 장비를 도입하고도 민간업체보다 늦은 뒷북 예보를 했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는 황사가 시작되기 전인 8일 오후 7시와 9일 오전 6시 두 차례에 걸쳐 “중국 만주에서 발원한 옅은 황사가 유입된다”고 예보했다. 8일 밤과 9일 새벽 사이 기온이 떨어져 공기가 하강 기류를 만나 상공의 황사 먼지가 땅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기상청과 환경부로 나뉜 미세먼지 예보 시스템은 태생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중국이나 몽골에서 자연 발생하는 황사는 기상청 소관, 자동차 배출가스나 공장 매연 등 오염물질인 미세먼지는 국립환경과학원이 담당한다. 같은 환경부 산하기관이지만 업무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해 500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4호기를 도입했지만 이는 미세먼지 예보가 아닌 황사예보나 다른 기상예보에만 활용된다. 미세먼지 예보는 기상청이 아닌 환경과학원 소관이기 때문이다. 예보모형화 시스템도 기상청 종합기상정보시스템과 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관리시스템이 서로 다르다.

환경부 관계자는 “회의 때는 자료에 근거해 난상토론이 이뤄진다”며 “기상청이나 환경과학원 모두 소속과 무관하게 평등하게 의견이 반영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외부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서강대 이덕환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는 27일 “기상청과 환경과학원의 소통 문제는 행정기관의 칸막이 문제라기보다 각각 기상과 환경분야 전문성 차이에서 발생하는 근본적인 장벽”이라며 “인사교류와 소통의 장을 통해 예보일원화와 함께 기상과 환경문제를 아우르는 융합의 지혜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고농도 미세먼지 예보 정확도는 전국 평균 62%에 불과하다.

십수 년 전부터 언급된 한국형 미세먼지 예보 모델 개발은 언제쯤 완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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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온 미세먼지 연구 NASA 항공기 미세먼지 연구를 위해 한국에 들어온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기가 27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하늘 위의 실험실로 불리는 이 항공기는 약 한 달 보름 동안 한반도 상공의 대기 자료를 수집하게 된다. 평택=연합뉴스 |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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