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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의 문자로 보는 세상] 3당 구조의 ‘여소야대’… 탁상공론보다는 ‘쑥덕공론’ 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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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17 21:16:22 수정 : 2016-04-17 21: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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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쑥덕공론 봄꽃도 지고 총선도 지나갔다. 자연의 색깔이 바뀌듯 국회의 색깔도 바뀌었다. 봄을 알리는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지자 국회에서는 총선 끝에 참패의 빨간색, 환호의 파란색, 돌풍의 녹색 꽃이 피었다. 6송이의 노란색 꽃과 11송이의 백색 꽃도 곁들였다. 일기예보도 가끔은 맞지 않듯이, 전문가의 총선 판세 분석도 엉터리였다. 솟구치는 봄 싹을 말릴 수 없듯이, 매서운 민심의 파도도 잠재울 수 없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변은 없고 민심이 있을 뿐이다. 국민의 양심이자 민중의 지팡이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4년간 봉사하실 당선 의원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긴 자의 겸허와 진 자의 거듭나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황룡사지 치두
집 앞 언덕에 해쑥이 쑥스러움도 모르고 민심처럼 흙을 헤집고 쑥쑥 솟구쳐 나왔다. 피하며 걸어도 밟힐 정도이다. 이런 때면 어머님께서 해 주시던 쑥버무리가 생각난다. 한 잎 뚝 잘라 비벼서 코끝에 대 본다. 쑥 향이 이리 상큼한 건 쑥이 약이란 걸 금세 알 수 있게 한다. 쑥떡을 먹으며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우리끼리 주고받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코끝이 찡하다. 쑥떡 먹으며 쑥덕쑥덕 얘기를 나누는 게 쑥떡공론일까, 쑥덕공론일까 하는 생각에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스마트한 스마트폰 사전으로 확인해 보니 후자가 맞았다. “쑥떡처럼 얘기해도 찰떡처럼 알아들어야 한데이” 하시며 쑥떡 하나 더 입에 채워주시던 어머님.

여야정당
대검찰청에 따르면 20대 총선 선거사범 입건자는 총 1451명으로 19대 총선 당시의 1096명에 비해 32.4%나 증가했고, 선거사범으로 입건된 당선자 수도 79명에서 104명으로 31.6%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순간 쑥떡 맛이 떫고 씁쓸하게 다가온다. 꿈에 맛본 쑥떡인가. 

20대 국회는 20년 만의 3당(黨) 구조, 16대 총선 이후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정국이 재현되었다. 따라서 향후 국회 운영의 무게 추는 야권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정당(政黨)이라 할 때의 ‘당(黨)’과 여야(與野)라고 할 때의 ‘여(與)’와 ‘야(野)’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 진의를 찾아 쑥덕공론을 펼쳐보고자 한다.

‘무리 당(黨)’은 상(尙)과 흑(黑)이 위아래로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인데 도대체 무슨 뜻일까?

우선 ‘높을 상(尙)’은 ‘숭상하다, 꾸미다, 더하다’ 등의 뜻이 있다. 위의 두 점은 학자에 따라 이론이 많지만 나는 솔개 머리 곧, 치두(?頭, 망새)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고자 한다. 왕궁이나 사찰 등의 용마루 양쪽 끝에 높게 부착하여 위엄을 나타내는 것을 치미(?尾)라고 하는데 어딜 보나 ‘꼬리 미(尾)’ 자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기왓장이 날개라면 치두는 새의 머리일 것이고, 기왓장이 비늘이라면 치두는 물고기 머리일 것이다. 경주 황룡사 치두는 높이 182cm, 너비 105cm로 동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새끼
그리고 높은 집을 ‘집 당(堂)’이라 하는데 여기에도 치두가 있다. 지체 높은 당(堂)에서는 마땅히 지니고 있는 공적인 밭이 있으니 ‘마땅 당(當)’이다. 숭상 받을 만한 사람에게 내리는 것은 ‘상줄 상(賞)’이고, 상을 받으면 갚아야 하는 데에서 ‘갚을 상(償)’이 나왔다. 상민은 바지 위에 수건을 늘 덧걸치고 살았으니 ‘항상 상(常)이고, 바지 위에 더하여 입는 옷은 ‘치마 상(裳)’이다. 치마는 본래 왕조 시대에 관원이 조정에 나아가 하례할 때에 입는 조복(朝服)이나 제사 지낼 때 입는 제복(祭服)에 덧입는 옷을 가리켰다.

‘검을 흑(黑)’의 초기 형태를 보면 사람의 얼굴에도 네 개의 점, 몸에도 네 개의 점이 찍혀 있다. 이는 온몸에 문신을 한 사람의 모습으로 ‘묵형(墨刑)을 당한 죄수들이나 문신을 한 부족’을 가리킨다. 여기에서 ‘무리’의 뜻이 나온다.

따라서 ‘당(黨)’이란 ‘높은 무리’의 뜻으로 벗처럼 뜻을 같이하는 무리는 ‘붕당(朋黨)’이고, 정치적 목적을 같이하는 무리는 ‘정당(政黨)’이라 할 수 있다.

여당(與黨)이란 정당정치에서 현재 정권을 잡은 정당을 말하는데, ‘여(與)’는 우리말 ‘여럿’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여(與) 자의 가운데 있는 여(?)는 ‘꼬인 새끼줄’ 모양으로 우리말 ‘새끼’(고어 ‘삿기’)는 ‘새끼 삭(索)’과 관련이 있다. 꼰 새끼를 연결하거나 묶으려면 끄나풀을 찾아야 하므로 동사로는 ‘찾을 색(索)’이 된다.

여(與)에서 여(?)를 제하면 ‘이쪽의 두 손과 맞은편의 두 손’만 남는데, 이 글자가 ‘마주들 여(?)’이다. 따라서 ‘여(與)’는 함께 새끼를 꼬는 모습에서 ‘무리, 동아리, 편들다, 주다’ 등의 뜻으로 의미가 확장된다. 여(與)에 손을 하나 더하면 ‘들 거(擧)’, 20명[스무 입(卄)]이 손을 바치면 ‘함께 공(共)’이 된다. 이 외에도 ‘갖출 구(具)’, ‘키 기(箕)’, ‘두루마리 권(卷)’, ‘책 전(典)’, ‘받들 봉(奉)’ 등의 많은 글자에 두 손이 나타나고, 여론조사(輿論調査)라고 할 때의 ‘수레 여(輿)’는 두 사람이 수레를 끌고 가는 모습이다.

여당이란 국회의원 수가 많은 정당을 가리킬 것 같지만, 이번처럼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말이 있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여당은 정부의 편을 들어 그 정책을 지지하는 정당으로 대통령중심제의 경우 국회의원 수와 상관없이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이 여당이 되는 것이다.

그럼 ‘야(野)’는 어떤 뜻인가. 야(野)의 본자는 ‘야(?)’로 갑골문에서는 숲 속에 남근석이 뻘쭘하게 서 있는 야한 형태였다. ‘야(野)하다’라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했는데 요즈음은 영어의 영향으로 ‘sexy하다’는 말이 우세하다. 밤도 ‘야(夜)’하지만 대장간에서 쇠를 녹이는 모습은 더욱 ‘야(冶)’하다. 야한 장면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끌림에서 ‘이끌 야(惹)’가 나온다. 

그 옛날 대가족제도 아래에서는 여러 세대와 형제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종족보존 활동은 주로 ‘들 야(野)’에서 이루어졌으리라. 밀밭, 뽕밭, 물레방앗간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야(野) 자를 분석하면 흙[土]을 개간하여 밭[田]으로 만들어 자주 드나드는[予] 곳을 뜻한다. ‘나 여(予)’는 본디 베틀의 ‘북(?)’을 가리켰으며 여기에서 ‘(날줄 사이를) 쉴 새 없이 자주 드나들다.’라는 뜻이 파생된다. 흙을 개간하여 밭을 만들어야 ‘마을 리(里)’가 됨은 자명한 이치이고, 여(予)는 ‘나 여(余)’와 음이 같아서 나중에 ‘나’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좌우지간 정당정치에서 여당(與黨)은 정권을 지지하는 정당이고, 야당(野黨)은 재야당(在野黨)의 준말로 집안에서 정권을 담당하지 못하고 들에 나앉은 정당이다. 그렇다면 야당끼리 야합(野合)이라도 해야 하나?

절묘한 3당 구조의 탄생!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잘 지키려면 공론(空論)이 아닌 공론(公論)을 잘해야 한다. 탁상공론(卓上空論) 대신에 쑥덕공론(公論)을 잘하시란 말씀. 밤낮 먹탱이끼리 이렇게 쑥덕공론만 해 봤자 남는 건 빈손뿐이다. 먼지 털고 산에나 오를까. 주말이라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청명절 봄 산의 언어는 침묵이지만 야(野)하다. 여(與)는 집안에서 쑥덕공론하며 새끼 꼬고 있겠지.

권상호 서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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