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작가 얀 마르텔의 ‘파이 이야기’, 일본 출신 영국 작가 이시구로 가즈오의 ‘남아있는 나날’, 스리랑카 출신 캐나다 작가 마이클 온다체의 ‘잉글리시 페이션트’, 호주 작가 토머스 키닐리의 ‘쉰들러 아크’, 영국 작가 A S 바이엇의 ‘포제션’ 등이 대표적인 수상작들이다. 이들 작품은 영화로 제작돼 유명해졌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한강이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 최종후보 6명 명단에 올랐다고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 등과 경쟁해야 한다니 다음달에 최종 수상작으로 뽑히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최종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한다.
‘채식주의자’는 시적 언어와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욕망, 식물성, 존재론 등 작가가 추구해온 문제의식을 한데 집약했다는 평을 받는다. 어린 시절에 육식과 폭력에 관한 트라우마를 지닌 주인공은 단지 고기를 먹고 싶지 않아 먹지 않은 것뿐인데, 사람들은 그녀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멋대로 ‘채식주의자’라고 재단한다. 주인공은 억압에 맞서 먹기를 거부하고 스스로 나무가 돼 간다고 생각한다. 해방을 꿈꾸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무엇 때문일까.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져. 내가 뭔가의 뒤편으로 들어와 있는 것 같아. 손잡이가 없는 문 뒤에 갇힌 것 같아. … 어두워. 모든 것이 캄캄하게 뭉개어져 있어.” 작가는 소설에서 시간의 흐름을 자주 언급한다. 산문집 ‘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어떤 시간은 빨리 흘러가버리고 어떤 시간은 견뎌야 한다. … 견디는 힘이란 따로 어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쩔 수 없이, 몸의 일부로 만들어져가는 것이다.” 한강의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전하는 메시지 가운데 하나다.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몇몇 한국 소설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외국어로 번역돼 외국에 소개된 한국 소설이 1000여편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맺어 문학에서도 한류가 꽃피우길 기대한다.
박완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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