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여다야(一與多野)’ 선거 구도가 펼쳐진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에서 과연 어떠한 투표가 이뤄질까.
선거구 획정으로 지역구가 49개로 늘어난 서울에서 자기 계급이나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나 후보에 투표하는 ‘계급투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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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선관위 주최로 열린 ‘투표참여 홍보 한마당’을 찾은 시민들이 청계천에 걸린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 독려 홍보물을 바라보고 있다. 자료사진 |
즉 강남과 서초, 송파 등 아파트 시세가 높은 ‘부자 지역구’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강북 등 그렇지 않은 지역구에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후보가 당선할 가능성이 높을 거라는 전망이다.
왜냐하면 직전인 제19대 총선에서 서울 44개 지역구 중 아파트 가격이 높은 부자 지역구는 새누리당 후보가, 그렇지 않은 지역구에선 민주통합당 후보자가 대거 당선됐는데, 아파트 시세가 후보자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확인돼서다.
제19대 총선에서 아파트 시세 등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오성태(2012. 12), 오성택·박이석(2013) 등의 논문에 따르면 19대 총선에서 서울에선 일정하게 계급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논문에 따르면 서울 지역구 48개 아파트 시세 등이 후보자의 특표율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다중회귀분석을 한 결과 아파트 시세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아파트 시세 등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악하기 위해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거듭한 결과 아파트 시세는 유의확률이 0.002로 당락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서울 44개 지역구 가운데 강남 서초 송파 용산 등 아파트 시세가 높은 부자 지역구로 분류될수록 새누리당 후보가, 그렇지 않는 지역구일수록 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111개 지역구의 아파트 시세 등이 후보자의 득표율에 미친 영향력을 다중회귀분석한 결과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부산이나 대구, 울산, 광주 등 서울 이외의 6대 광역시는 아파트 시세에 따른 계급투표와 상관 없이 영남은 새누리당, 호남은 민주통합당에 대한 지역주의 투표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이를 이번 총선에 적용할 경우 영남에서는 새누리당이, 호남에서는 ‘호남 정 복원’을 외치는 국민의당이 선전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따라서 서울 강남 등의 새누리당 지지와 영남 지역의 새누리당 지지, 서울 강북의 야당 지지와 호남 지역의 야당 지지의 성격은 현상은 엇비슷해도 맥락은 전혀 다르다는 분석이다. 즉 계급투표와 지역주의 투표 성향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강남 사람들이 새누리당을 찍는 건은 자기 이익을 합리적으로 반영한 것”이라며 “강남하고 대구를 비교하는 것은 지역감정이 주관적 감정임에 반해 강남은 경제적 객관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강남 지역구는 새누리당, 강북 지역구는 야당 당선’이라는 계급 투표가 재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 성향의 국민의당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일여다야 구도가 돼 수도권 접전지에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 가능성도 있어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다만 지역주의 투표가 이뤄진 서울 이외 지역이 자기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후보나 정당을 찍지 않고 다른 계층의 대변자를 찍는 ‘계급배반투표’를 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앞서 경향신문 등 일부 언론에서는 가난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계급배반 투표를 하고 있다고 분석한 반면 노동운동가 손낙구씨 등은 계급배반투표는 허상이라고 반박해 계급투표 또는 계급배반투표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
참고로 논문의 분석대상은 2012년 5월 2째주 국민은행 부동산 시세 사이트에 의한 아파트 시세와 19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48개와 부산 대구 울산 광주 등 6대 광역시 지역구 63개를 합한 111개 지역구의 새누리당 후보자와 민주통합당 후보자의 득표 현황 등이었다.
김용출 기자 kimgija@segye.com
<참고문헌>
△오성택(2012. 12). 아파트 시세 등이 후보자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계량 분석-제19대 국회의원선거의 서울특별시와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오성택 박이석(2013). 유권자의 재산상태(아파트시세)가 후보자 득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정책개발연구, 제13권 제1호, 171~193쪽.
△이형석·김우영(2016. 4. 5). <총선 리포트> 대한민국 마지막 무풍지대, 강남 ④ “매번 똑같은 투표 우려” vs “대의민주주의일뿐”.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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