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알면 뭐합니까. 채용하는 데가 없는데….” 남성욱 고려대 교수(북한학과)는 4일 학과 통·폐합의 배경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했다. 고려대 북한학과는 올해 신입생 30명을 마지막으로, 인문대 소속이던 학과가 공공정책대학 공공사회·통일외교학부 아래 한 개의 전공(통일외교안보)으로 개편된다. 남 교수는 “취업률이 한때는 60%를 넘었는데 지금은 반토막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취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과 개편 이후) 학생들이 북한은 물론 외교·안보영역까지 다루게 된다”며 “두루 지식을 쌓으면 취업률도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애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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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북한학과 학생들이 지난 2월15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각 대학에 따르면 북한학과는 1990년대 남북교류 활성화 바람을 타고 통일시대에 대비할 목적으로 잇달아 신설됐다. 1994년 동국대를 시작으로 1995년 명지대, 1996년 관동대, 1997년 고려대, 1998년 조선대와 선문대 등에 개설됐다. 그러나 조선대는 개설된 지 1년 만에 사라졌고 관동대는 계속된 정원 미달로 2006년 폐지했다. 선문대는 2008년 동북아학과로 개편했고 명지대는 2010년 정치외교학과로 통·폐합시켰다. 이제 내년에 고려대가 학과를 구조조정하면 국내 대학 중 북한학과를 둔 곳은 동국대만 남게 된다.
북한학과는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과 함께 반짝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남북 교류·협력이 경색되면 관련 기업, 기관·단체에도 졸업생을 위한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북한 내 기간사업을 추진했던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북한학 전공자를 뽑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 북한학과 재학생 A(22)씨는 “평화 통일을 준비하는 전문가를 꿈꾸는 입장에서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가 조속히 풀리기를 바란다”면서도 “남북이 ‘강 대 강’ 대치를 장기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숨지었다.
북한학은 학과의 특수성 때문에 취업 통로가 넓지 않다. 그러다 보니 학교는 낮은 취업률을 이유로 통·폐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실적으로 북한학을 공부해서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대학으로서는 학과 유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한번 통·폐합된 북한학과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수요가 발생해도 원위치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긴 호흡과 안목에서 학과의 유지·발전 방안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북한학과)는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 교육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통일에 대비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체계적·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분단 국가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북정책을 총괄·조정하고 중장기 통일정책을 수립하는 통일부조차 540여명의 직원 중 북한학 전공자는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통일부는 북한학과에 대한 지원 성격으로 북한학 관련 전공자(석사 이상)들을 대상으로 특별채용(제한 경쟁)을 시행했지만 비정기적이고 채용인원도 적었다. 북한학 관련 전공자 특별채용은 2006년 이종석 장관 시절 10명을 채용한 이래 6년 만인 2012년 류우익 장관하에서 2명을 채용한 것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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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북한학과는 2014년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 발언과 함께 반짝 인기를 누리기도 했지만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사진은 동국대 북한학과 수업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대북·통일 전문가들은 통·폐합으로 사라지는 북한학과에 대해 ‘국가전략’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통일 준비는 일관성 있게 진행돼야 하는데 현재 우리 통일정책은 정세에 너무 민감하다”며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할 북한학과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남북관계 부침에 따라 북한학과 인기가 냉·온탕을 오가는 것은 비단 북한학과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 전체 통일준비 시스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선영·남혜정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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