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부 김모(61)씨는 전에는 물걸레를 가지고 손으로 거실 바닥을 닦았다. 허리와 무릎이 아팠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어 지난 수십년간 이런 식으로 청소를 해왔다. 그러던 중 몇해 전 아들 내외가 물걸레청소기를 선물해줬고, 김씨는 요샌 편하게 서서 청소를 한다. 그는 "과거 여성들이 키가 작았던 것은 영양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허리를 숙인 채 쪼그려 앉아 청소나 빨래 등 가사노동을 한 것도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30대 이상 남성의 절반 가량이 비만이며, 여성의 다리 길이는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최근 동서울대학교 등이 지난해 실시한 '제7차 한국인 인체지수 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동서울대 등은 지난해 6월부터 5개월간 전국 5개 권역에서 16~69세 한국인 남녀 6413명을 대상으로 인체 치수 133개 항목을 조사했다.
◆女 다리 길이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늘어나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30대 이상 남성의 절반가량이 체질량지수 25 이상의 비만체형이었다. 비만화는 1979년 이후 꾸준히 진행중이다.
35~39세의 비만율이 52%로 가장 높았고 △40~49세(49%) △50~59세(48%) △30~34세(47%) 등의 연령대가 뒤를 이었다.

여성의 비만 비율은 18세(20%), 19세(14%) 등 10대 후반에서 다소 높아지다가 20대에 급감했다. 20~24세와 25~29세의 비만 비율은 각각 6%와 7%에 그쳤다. 그러다가 35세 이후 다시 비만 비율 수치가 올라 60~69세(46%)에 정점을 찍었다.
여성의 다리 길이는 2004년 이후 20대 이상 모든 연령대에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다리 길이는 바닥에서 샅까지 길이로 측정한다. 샅이란 양쪽 넓적다리 사이의 부위를 말한다.
◆男 키는 컸지만 다리 길이는 별다른 변화 없어
키에서 다리 길이가 차지하는 비율을 살펴보면 20~24세 여성의 경우 2004년 0.452에서 2015년 0.460으로 올랐다. 이같은 현상은 △40~49세(0.444→0.451) △50~59세(0.443→0.452) 등 성인 여성 전반에서 두드러졌다.
반면 남성의 다리 길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평균 키는 1979년 첫 조사를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남성은 5~7.6㎝, 여성은 3.7~6.5㎝가량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34세(남 166.1㎝→173.7㎝·여 153.7㎝→160.2㎝)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한편, 키가 큰 사람이 작은 사람보다 암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스톡홀름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키가 10㎝ 더 크면 모든 종류의 암에 걸릴 위험이 여성은 18%, 남성은 11%가 높았다.
◆"키 큰 사람 암(癌) 더 잘 걸린다고?"
암 가운데 키 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은 피부암으로, 키가 10㎝ 더 크면 암 위험이 30% 높았다. 키 큰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20%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키가 크면 신체의 세포 숫자가 많기 때문에 암으로 전이될 위험이 더 높고, 키 큰 사람은 에너지를 많이 흡수해 암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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