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 관절을 마디마디 꺾어가며 ‘딱딱’ 소리를 내는 관절꺾기. 심심풀이로 습관처럼 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어린이들은 묘기처럼 빠르게 꺾는 것을 자랑거리로 여기기도 한다. ‘관절을 자주 꺾으면 연골이 닳아 나중에 관절염으로 고생한다’는 말은 사실일까? 해외 매체 리틀띵스(Littlethings)가 그 진실에 대해 전했다.
‘딱딱’거리는 소리는 마치 뼈와 뼈가 부딪치며 나는 소리 같다. 하지만 아니다. 이는 뼈와 뼈가 부딪치는 게 아니라 그사이가 벌어지며 중간에 갑자기 공간이 생길 때 소리가 난다.

뼈와 뼈 사이에는 계란 흰자 같은 형태의 관절액(활액)이 있다. 관절액은 뼈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지난해 엑스레이 비디오로 관절 꺾기를 촬영해보니 관절액 사이에 갑자기 진공 공간이 생기면서 ‘딱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절액에서 나오는 가스 기포가 터지며 나는 소리라는 기존의 주장이 틀린 것이다.
연골이 닳아 노년에 관절염이 생길 거라는 주장도 맞지 않다. 지난 2011년, 미국 가정의학저널은 50세에서 89세 성인 215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5년간 관절꺾기를 해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관절꺾기는 관절염과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보다 반복된 행동이나 고된 노동이 관절염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밝혀졌다.

더 장기적인 측정치도 있다. 도널드 웅거 박사는 관절꺾기와 관절염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직접 자신의 몸으로 실험했다. 무려 60년간 왼손의 관절을 꺾은 것이다. 반면, 비교를 위해 오른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왼손과 오른손은 힘, 유연성 정도에서 똑같은 수치를 기록했다. 관절을 꺾는 것은 그의 손 건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다만, 너무 잦은 관절 꺾기는 관절염 외에 다른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악력을 약화시키거나 인대가 늘어날 위험성이 있다. 또한, 주변 사람에게 험악한 인상을 주는 부작용도 있다. 굳이 관절을 꺾어야겠다면 너무 자주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이미지 출처 = 리틀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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