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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 자락 ‘꽃 부부’… “부러울 게 없어요”

입력 : 2016-03-27 20:36:38 수정 : 2016-03-27 21: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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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1 ‘시대공감-스토리, 그곳’ 28일 오후 11시35분 EBS1 ‘시대공감-스토리, 그곳’에서는 두메산골에 사는 꽃 부부 이야기를 전한다. 

28일 오후 EBS1 ‘시대공감 - 스토리, 그곳’에서는 도시를 떠나 무등산 산동네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EBS 제공
전남 화순군 이서면 안심리는 무등산이 감싸고 있는 조용한 산골마을이다. 이 마을에 사는 주정필·양선자 부부는 봄을 맞아 가장 바빠진다. 부부는 오늘도 뒷산 농장에 심어놓은 여러 가지 꽃나무에서 꽃봉오리를 따러 간다. 만개하기 전 꽃망울을 따서 말리고 덖어서 차로 만든 뒤 장터에 가져가 파는 것이 이 부부가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기에 예쁘고 향까지 좋은 부부의 꽃차는 사람들에게 늘 인기가 좋지만, 그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산적 같은 외모로 삼포냐를 부는 주정필씨와 그 옆에서 피리로 화음을 맞추는 양선자씨의 모습이다. 서로를 “산적님”, “우리 각시”라고 부르며 애정을 과시하는 두 사람은 ‘여보’라는 말은 닭살이 돋아 안 쓴다면서도 평소 행동에는 달달함이 묻어난다. 결혼 35년차에 접어든 이 중년부부는 매년 돌아오는 봄이 아쉽기만 하다. 둘이서 함께 맞이할 수 있는 만큼 줄어드는 한 해 한 해가 소중하다고 말한다. “세월아 뭘 그리 빨리 가느냐 이 원수 같으니라고” 라며 꽃을 딸 때마다 아내의 입에선 가는 세월을 탓하는 아쉬운 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IMF 때 몸과 마음이 지친 부부는 18년 전 지금의 무등산 자락에 자리를 잡았다. 볼품없이 낡은 흙집은 부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도시에서와는 전혀 다른 생활에 적응해가기 시작했다. 느리게, 즐겁게, 소중하게 사는 법을 터득한 것은 시골에서의 삶이 준 덤이다. 작은 밭에 농사 조금 짓고 꽃차를 파는 것이 주 수입원이인 부부에게 지금 버는 돈은 도시에서라면 한 달 생활비로도 부족했겠지만, 이 산자락을 ‘지상낙원’이라고 표현한다. 매일 밤 아궁이 앞에 마주 앉아 직접 빚은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는 시간을 하루 중 가장 사랑한다는 부부는 푸성귀에 밥 한 술 뜨는 지금이 더 배부르고 마음이 편하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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