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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의경제라운지] 슘페터의 빗나간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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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27 20:49:35 수정 : 2016-03-27 20: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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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가 자본주의 대체” 잘못된 전망
기술혁신의 한계 올 것이라는 오판 때문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의 전도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민주주의(Capitalism, Socialism, and Democracy)’라는 책에서 기술혁신을 창조적인 파괴라고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사회 발전이 혁신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예측해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그가 미래에 결국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의해 대체되리라고 예언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얼핏 이러한 예언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한 슘페터와 잘 부합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가 자본주의의 미래에 대해 이렇듯 예상밖의 예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슘페터가 혁신이 경제와 사회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 생각은 아마 그가 살았던 시기와 관련이 클 것 같다. 슘페터는 1883년에 태어나 1950년에 죽었는데 그가 살았던 시기는 활발한 혁신이 일어난 시기이다. 보다 강력한 동력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내연엔진, 자동차, 비행기 등 기술혁신은 사람들의 경제활동의 지리적 범위를 넓혀주고, 보다 많은 교역을 가능케해 빠른 경제성장을 가져다 주었다. 물론 그 와중에 1,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많은 사람이 죽고 경제가 파괴됐지만 그런 전쟁조차 활발한 혁신을 만드는 데 기여한 바가 있다. 그런데 슘페터는 혁신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마 수십년간 빠른 혁신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조만간 인간의 창의성이 바닥나리라 예상한 것이 아닐까.

슘페터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의해 대체되리라 예측하는 데는 혁신이 중단되리라는 예측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슘페터는 기술혁신의 중요성과 아울러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기업가정신이 혁신을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가의 중요성을 지지하는 것은 지식인 계층이다. 지식인들은 기업가정신을 지원하는 학술활동을 하고 그런 도움을 받은 기업가들은 혁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지식인 계층은 결과적으로 혁신을 만들어 내는 데 기여한 대가로 풍요롭게 먹고살게 된다. 그런데 기술혁신이 생겨날 가능성이 사라지게 되면 경제는 이미 만들어진 기술을 사용해 생산과 소비를 하는 경제체계를 관리하는 일만이 남게 된다. 이에 기업가정신은 소용이 없어지고, 이와 함께 지식인 계층이 기여할 부분도 없어진다. 이렇게 별로 할 일이 없어진 지식인들은 자본주의 대신 사회주의적인 이념을 연구하고 발표하게 되며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에 의해 대체된다는 것이다.

슘페터의 이론을 살펴보면 우선 드는 생각이 그가 지식인들의 역할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식인들은 질투심이 강하고 자신의 역할이 너그러운 보상을 받지 못하면 쉽게 화를 내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의해 대체된다는 예언을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기술혁신의 가능성이 없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세계경제를 살펴보면 자본주의는 쉽게 쇠퇴할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슘페터 자신의 이론에 의하면 아직도 아이폰과 알파고와 같은 기술혁신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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