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9월 아르헨티나 제3의 도시인 로사리오를 찾은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의 기술이사 카를레스 렉사흐는 레스토랑에서 식사 도중 웨이터에게서 건네받은 냅킨에다 ‘번개’ 계약서를 썼다. 상대는 성장호르몬 결핍장애 진단을 받아 2년간 치료했지만 더 이상 돈이 없어 절망에 빠져 있던 리오넬 메시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였다. 스페인의 부자 구단인 레알 마드리드 등 여러 구단이 메시를 영입하려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모두 포기한 상태였다. 메시가 유소년 팀으로 뛴 뉴웰스는 연 1만2000달러(약 14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이에 메시는 한때 축구를 그만둔 채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했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대서양을 건너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13살의 소년 메시는 구단의 극진한 보살핌 속에 치료도 받고 학교도 다녔다. 무엇보다도 그토록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첨단 의술로 치료를 받은 덕분에 키는 169cm까지 자랐다. 키가 작은 핸디캡을 커버하기 위해 축구기술을 지독스럽게 연마했다. 메시가 현란한 개인기, 슈팅 등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춰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서게 된 이유다. 17살의 나이로 1군에 데뷔한 메시는 12년째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축구 선수로서 최고 영예인 발롱도르상을 무려 5번이나 받았다.
그렇지만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시티 등 그 어떤 갑부 구단도 골에 관한 모든 기록을 깨고 있는 메시를 감히 영입하려 들지 않는다. 억만금을 주더라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한때 축구용품업체 아디다스의 ‘불가능은 없다(Nothing is impossible)’의 광고 모델이었던 메시는 자신의 장애를 해결해준 구단에 대한 무한한 은혜와 의리를 저버릴 수 없다고 늘 강조한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클럽에서 은퇴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고 바르셀로나에서 뼈를 묻겠다고 했다. 메시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소속팀에서처럼 활약을 못한다고 비판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일지도 모른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에게 ‘엘도라도’이니까.
박병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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