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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도바 크리코바 동굴셀러에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장기보관되고 있는 와인들. 크라코바 홈페이지 |
몰도바 공화국은 루마니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끼어있는 인구 423만명의 작은 국가다. 독립국가연합(CIS)를 구성하는 공화국중 한 곳이다. 이곳에서 역대 러시아 황제들이 즐길 정도로 프리미엄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몰도바는 현재 세계 14위의 와인생산국으로 수출은 세계 7위의 규모를 자랑한다. 와인산업은 몰도바 국내총생산(GDP)의 3.2%를 차지할 정도로 몰도바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이다. 전 국토의 12분1의 포도밭일 정도다.
몰도바 와인 관련 기록은 기원전 7000년전부터 나타난다. 본격적인 포도재배와 와인양조는 기원전 3000년전부터 시작됐을 정도로 몰도바는 와인의 선진국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몰도바 주요산지의 위도가 프랑스 부르고뉴와 같은 북위 46∼47도에 걸쳐있다는 점이다. 흑해의 영향으로 비교적 온난하고 습도 높은 짧은 겨울과 건조한 긴 여름이 반복돼 포도재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온화한 기후 덕분에 알코올 농도가 그리 높지 않아 부르고뉴 와인처럼 부드럽고 우와한 스타일의 와인이 빚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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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코바 와이너리 |
몰도바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가 바로 크리코바(Cricova)다. 유럽최대의 지하 동굴 와인저장고가 바로 크리코바 와이너리에 있기 때문이다. 지하 동굴의 길이는 무려 120km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세계적인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무려 3억5000리터의 와인이 보관돼 있다.
몰도바를 방문하는 국빈들은 크리코바 와이너리를 반드시 방문한다고 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 곳에 개인셀러까지 두고 있으며 50회 생일파티를 크리코바에서 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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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코바 동굴셀러에서 숙성중인 와인들. 크리코바 홈페이지 |
크리코바를 비롯한 몰도바 대표 와인을 시음 평가하는 행사가 국내 처음으로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 한국와인협회에서 열렸다. 기자는 몰도바 와인 평가단에 위촉돼 몰도바 와인을 직접 시음하고 평가했다. 평가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됐다.
시음와인은 화이트 1종 레드 10종 총 11종이다. 평가항목은 선명도, 컬러, 부케, 산도, 단맛, 바디감, 풍미, 신맛, 떫은맛 등 모두 9가지를 평가해서 종합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항목당 만점은 2~4점이며 부케가 4점으로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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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와인협회에서 몰도바 와인을 평가하는 김준철 회장 등 평가단 관계자들. |
이날 평가한 몰도바 와인들은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 무난한 퀄리티를 보여줬다. 이날 기자가 가장 높은 점수를 준 와인 2종은 바로 크리코바 와인이다. 크리코바의 동굴은 15세기에 현재 수도인 키시나우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석회암을 채굴하던 곳이다. 크리코바 동굴셀러는 키시나우에서 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1950년 이 광산이 와인셀러로 개조돼 거대한 지하 도시가 탄생됐다.
동굴셀러를 둘러보는 거리는 60km여서 자동차로 이동해야 할 정도로 광활하다. 지하 100m 깊이에 있는 동굴셀러는 와인보관의 최적의 온도인 섭씨 12도가 늘 유지된다. 와인 셀러는 물론, 테이스팅 룸, 레스토랑이 있으며 동굴셀러의 거리 이름도 샤르도네, 디오니스 등의 이름을 붙였다. 2003년 8월 몰도바의 국가 유산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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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코바 프레스티지 카베르네 소비뇽 |
크리코바 프레스티지(Prestige) 카베르네 소비뇽 100%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다. 이 와인은 커피, 구운 아몬드, 플럼향 등의 부케가 입안 가득히 퍼지는 매력적인 와인이다. 피니시도 매우 길게 이어진다. 타닌은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편이다. 스테이크 등 육류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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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코바 프레스티지 코드루 |
크리코바 프레스티지 코드루(Prestige Codru)는 카베르네 소비뇽 75%와 메를로 25%가 블렌딩 됐다. 땅콩 아몬드 등 견과류향이 지배적이다. 말린 자두향과 톱밥같은 나무향도 느껴진다. 탄닌은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하다.
에퀴녹스(Equinox)는 소량의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는 작은 가족경영 와이너리다. 포도밭은 5ha에 불과하다. 포도밭은 몰도바 남동부 스페판 보다(Stefan Voda) 지방에서 고급 레드와인 산지로 유명한 푸르카리(Purcari)에 있다. 2009년부터 유기농 포도재배를 시작해 2013년 빈티지부터 유기농 와인 인증을 받았다. 연간 8000병을 한정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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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퀴녹스 카베르네 소비뇽 |
에퀴녹스 카베르네 소비뇽은 카베르네 소비뇽 100%다. 질감있는 탄닌이 매우 강렬하다. 오크통에서 3년 숙성하며토스트, 담배향과 건포도 말린 자두 향 등 검은 과실이 어우려져 복합적인 향미를 풍긴다. 피니시는 부드럽고 길게 이어진다. 허브를 곁들인 양고기, 약간 숙성이 덜된 치지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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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센도 카베르네 소비뇽 |
음표가 레이블에 그려진 크레센도(Crescendo) 몰도바 중소와인생산협회장을 맡은 젊은 와인메이커 이론 루카(Ion Luca)가 빚는 와인이다. 연간 불과 1만5000병만 한정 생산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다. 음악기호인 크레센도는 ‘점차 세게’라는 뜻으로 새로운 와인메이커를 성장시켜 와인산업에 기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실제 이론 루카는 젊은 와인메이커를 배출하는 와인전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와인트로피, 아시아와인트로피 등 국제 와인품평회에 금메달등을 수상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크레센도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를 이날 시음했다. 카베르네 소비뇽은 프랑스산 오크에서 12개월 숙성한다. 체리와 라스베리 향이 지배적이고 후추향도 올라온다. 부케는 풍부한 편이지만 여러 향들이 좀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다. 육류와 훈제 소시지등과 잘 어울린다.
프랑스산 오크에서 14개월 숙성시키는 메를로는 2011 빈티인데도 색깔이 갈색톤으로 올드 빈티지 처럼 보인다. 약간 동물적인 독특한 향이 올라오는데 후추향과 담배향도 느껴진다. 탄닌은 다소 거칠고 피니시도 짧은 편이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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