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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이 용돈 주던 나라… '복지 천국' 브루나이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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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12 10:56:52 수정 : 2016-03-12 14: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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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재벌인 브라나이 국왕 하사날 볼키아는 설날에 국민에게 100만원 가량의 용돈을 줄 정도로 복지를 베풀며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텔레그래프 캡처
동남 아시아의 이슬람 산유국인 브루나이는 막대한 ‘오일 머니’로 세계 최대의 복지 천국을 이룬 나라였다. 브루나이 왕실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에 세금 면제까지 지구상에서 가장 파격적인 복지 정책을 펼치며 국민의 지지와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저유가 사태의 장기화로 국가 수입이 급감하며 브루나이 경제는 이제 벼랑 끝에 서게 됐다.

12일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브루나이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7760만달러로 전년(4만1460만달러)에 비해 33% 급감했다. 일본 외교안보 전문매체 ‘더 디플로맷’은 “국민 세금이 아닌 ‘오일 머니’로 재정을 꾸리는 브루나이 정부는 지난해 수입이 전년에 비해 70% 줄어들었다”며 “브루나이는 올해 정부 예산도 지난해보다 64억달러(7조7000억원) 줄이며 긴축 정책을 펴게 됐다”고 보도했다.

브루나이는 수출의 95% 이상을 원유에 의존하는 대표적 산유국이다. 당연히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브루나이의 현 경제 상황은 2008년 이후 유로존의 안정성을 뒤흔들며 재정 위기를 겪은 그리스 사태와 유사하다. 더 디플로맷에 따르면 브루나이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GDP의 16%로 2008∼2015년 GDP의 15.7% 재정적자를 기록한 그리스를 넘어섰다.

브루나이는 석유 재벌인 국왕이 부를 독점하지 않고 각종 무상 정책을 통해 재분배하는 나라로 세계 언론에 자주 소개됐다. 이 나라는 국왕이 설날을 맞아 국민에게 100만원씩 용돈을 주고, 가정마다 4대의 차량을 지급할 정도로 ‘오일 머니’의 풍요를 누렸다. 그러나 이제는 저유가라는 악재를 만나 국가 경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산유국 중 한 곳이 됐다. 지난 2월 원유 가격은 지난해 1월보다 40% 떨어졌고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2008년에 비해선 78% 하락했다.

올초 ‘국가개발계획 2035’를 발표하는 등 브루나이 정부는 경제 살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원유 수출에 매달린 탓에 다른 영역 개발은 전무한 상태다.

브루나이는 전체 국민(약 42만명)의 80%가 공공 분야에서 일할 정도로 관의 영역이 절대적이다. 민간이나 외국인 투자가 경제를 살릴 여지가 거의 없는 배경이다. 세계은행의 지난해 ‘두잉 비지니스(Doing Business)’ 보고서에 따르면 브루나이는 사업하기 용이한 나라 순위에서 세계 84위였다. 아시아·태평양 국가 평균(61위)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더욱이 통화가 이슬람 금융권인 싱가포르 달러와 연동돼 있어 환율 정책을 펴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나마 발전 가능성이 있는 관광 산업도 종교적 배타성 때문에 위축된 상태다.

브루나이는 2년 전 음주와 흡연에 태형이나 신체절단형 등을 내릴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자국 내 무슬림에게 최대 5년의 징역형을 내리겠다고 경고하며 ‘크리스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더 디플로맷은 “술과 크리스마스를 금지하는 나라에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브루나이의 ‘국가개발계획 2035’를 보면 결국 대책은 원유 생산을 늘려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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