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미래신성장동력 발굴에 고심하던 LG 구본무 회장(당시 부회장)은 영국 출장길에 충전해 여러번 쓸 수 있는 ‘2차 전지’를 접하게 된다. 직감적으로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구 회장은 2차전지 샘플을 한국으로 가져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연구를 지시한다.
하지만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1997년 LG화학 연구진이 소형전지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양산하기에는 품질이 떨어졌다. 여전히 일본 선발 업체들과의 기술력 차이는 컸다.
수년간의 투자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여기저기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구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했다.
2005년 2차전지 사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구 회장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구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는 탐스러운 과실이 돼 돌아오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전 분야, 특히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성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1997년 LG화학 연구진이 소형전지 시제품 생산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양산하기에는 품질이 떨어졌다. 여전히 일본 선발 업체들과의 기술력 차이는 컸다.
수년간의 투자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자 여기저기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구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했다.
2005년 2차전지 사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구 회장의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구 회장의 뚝심 있는 투자는 탐스러운 과실이 돼 돌아오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전 분야, 특히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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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오창공장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연구원들이 생산된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LG화학 제공 |
1일 현재 LG화학이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완성차 업체는 모두 20여곳이다. 그것도 모두 폴크스바겐·르노·볼보·다임러·아우디·중국 상하이자동차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쟁쟁한 기업들이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크라이슬러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전 세계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북미 3대 완성차 업체 모두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비결은 한 발 앞선 도전이었다. 2차전지 시장 진입 자체는 늦었지만 LG화학은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잠재성을 인식하고, 2000년 미국에 연구법인인 LGCPI를 전격 설립하며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이후 2년 반 만인 2002년과 이듬해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세계적 자동차 경주대회인 ‘파익스 피크 인터내셔널 힐 클라임’ 전기차 부문에서 2년 연속 우승하며 기술력을 확인했다.
첫 결실은 2007년 찾아왔다. LG화학은 현대자동차와 아반떼 하이브리드(엔진과 모터를 병행해 주행하는 방식)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고, 이듬해에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다.
그리고 2009년, LG화학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이름을 알린다. 13개 글로벌 배터리업체와의 경합 끝에 LG화학이 GM의 시보레 볼트용 배터리 공급업체로 단독 선정된 것이다. 볼트는 엔진을 위주로 달리는 하이브리드차가 아니라 순수 배터리 힘만으로 달리는 세계 첫 전기차였기에 배터리는 특히 중요했다.
당시 배터리 업계에서 앞서가던 일본 업체들은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가 안정성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자신들이 강점을 보이는 니켈수소 배터리에 주력하고 있었다. LG화학은 이 틈을 노려 기술적 문제들을 극복, 리튬이온 배터리로 앞서 나가던 업체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이후, LG화학은 수십년간 화학분야에서 축적한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양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 중대형 배터리의 주요 소재를 자체 생산에 성공해 원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또 공간활용을 극대화하는 집적기술, 차량 디자인에 맞춰 모양을 쉽게 바꿀 수 있는 ‘파우치 타입’ 전기 개발 등 기술 혁신을 이어왔다.

LG화학은 자동차 배터리 생산량 면에서는 아직 1위가 아니지만 기술력 등 종합적 평가에서는 이미 1위의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비전, 시장진출 전략, 생산 전략, 기술력, 판매력, 가격 등 12개 항목에 대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 리서치가 실시한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서 LG화학은 2013년과 2014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아직 전기차 시장이 초기 단계라 생산량은 크게 의미가 없다”며 “수주 면에서는 세계 1위로 향후에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LG화학은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강화에 나선 일본과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중국 현지 업체들의 매서운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도 만만치 않다. SNE리서치는 향후 2020년까지 LG화학과 삼성SDI, 중국 자동차 업체인 BYD, 일본의 파나소닉이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했다.
LG화학은 도전에 맞서, 한 발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연간 연구기술(R&D) 투자 금액을 지난해 6000억원에서 2018년까지 9000억원 수준으로 50%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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