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김광진 첫 토론자…야권 잇따라 신청
이날 첫 무제한 토론자로 나선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과 불통이 급기야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게까지 전달된 것 같다”는 말로 무제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정 의장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근거로 삼은 ‘국가비상사태’가 10월 유신, 10·26사건, 5·18민주화운동 등 단 3차례 였을뿐이었다”며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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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테러방지법 처리 촉구 김무성 대표(앞줄 왼쪽 네번째)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1973년 국회법 개정으로 폐지된 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시 재도입된 무제한 토론 제도는 본회의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시작된다. 1인당 1회에 한정 시간제한 없이 토론할 수 있다. 다만 토론 시 의제에 벗어나는 발언은 할 수 없고 토론 종료시 즉시 표결에 들어간다.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 토론도 끝나며 다음 회기에서 곧바로 표결이 실시된다. 헌정사상 성공한 무제한 토론 최장기록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한 5시간 19분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무제한 토론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제한 토론이 이뤄지는 본회의장 옆 로텐더 홀에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성명서에서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라는 의사진행방해 절차를 악용해 이 법안을 발목 잡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초 새누리당 소속의원들도 토론을 신청했지만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취소했다.
◆정 의장, 이병호 국정원장 면담 뒤 ‘선회’
정 의장은 이날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며 “국회가 꼭 해야 하는 일을 미루는 동안 만에 하나라도 테러가 일어나면 국회는 역사와 국민 앞에 더 없이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며 직권상정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테러방지법이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그동안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직권상정 요구에 “직권상정은 의장의 고유권한”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정 의장은 전날 이병호 국정원장과의 면담 뒤 직권상정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민들로부터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완전하게 시행할 것을 요구했고 이 원장으로부터 확고한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야당이 우선 처리를 요구했던 선거구 획정 문제를 여당이 수용한 것도 정 의장의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위해 심사기일을 오후 1시30분으로 정하자 국회 정보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테러방지법을 상정했다. 더민주가 해당 법안들에 대한 안건조정을 신청했지만 정 의장이 이미 심사기일을 정해 야당의 이 같은 저지선은 무용지물이 됐다.
김달중·이도형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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