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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부활한 ‘무제한 토론’… 법안 처리 ‘복병’ 등장

입력 : 2016-02-24 01:20:51 수정 : 2016-02-24 01: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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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장 직권상정에 더민주 ‘필리버스터’ 맞불 대한민국 헌정사 43년 동안 없었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부활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테러방지법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하자, 야권이 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선 것이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과의 면담 뒤 ‘친정’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주며 입장을 바꾼 정 의장에 대한 야권의 ‘응수’라고 볼 수 있다.

◆더민주 김광진 첫 토론자…야권 잇따라 신청

이날 첫 무제한 토론자로 나선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었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일방통행과 불통이 급기야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에게까지 전달된 것 같다”는 말로 무제한 토론을 시작했다. 그는 “정 의장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의 근거로 삼은 ‘국가비상사태’가 10월 유신, 10·26사건, 5·18민주화운동 등 단 3차례 였을뿐이었다”며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새누리, 테러방지법 처리 촉구 김무성 대표(앞줄 왼쪽 네번째)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김 의원은 국가 대테러지침의 내용을 일일이 읽거나 “국정원의 판단만으로 테러위험인물로 분류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끊임없이 발언을 이었다. 더민주는 본회의 시작 전 의원총회를 위해 무제한 토론을 결정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안 수정 당시 여당과 대테러센터장에 국정원장을 임명하지 않을 것, 상설관리감독관 명시, 국회 기간보고등에 대해 접근을 이뤘는데 (여당의) 제출법안에 빠져있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소속 의원들이 무제한토론에 동참하는 등 야권은 적극 공조에 나섰다.

1973년 국회법 개정으로 폐지된 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제정시 재도입된 무제한 토론 제도는 본회의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시작된다. 1인당 1회에 한정 시간제한 없이 토론할 수 있다. 다만 토론 시 의제에 벗어나는 발언은 할 수 없고 토론 종료시 즉시 표결에 들어간다. 회기가 끝나면 무제한 토론도 끝나며 다음 회기에서 곧바로 표결이 실시된다. 헌정사상 성공한 무제한 토론 최장기록은 1964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한 5시간 19분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의 무제한 토론에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무제한 토론이 이뤄지는 본회의장 옆 로텐더 홀에서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새누리당은 성명서에서 “더민주는 필리버스터라는 의사진행방해 절차를 악용해 이 법안을 발목 잡고 있다”고 반발했다. 당초 새누리당 소속의원들도 토론을 신청했지만 동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취소했다.

◆정 의장, 이병호 국정원장 면담 뒤 ‘선회’

정 의장은 이날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며 “국회가 꼭 해야 하는 일을 미루는 동안 만에 하나라도 테러가 일어나면 국회는 역사와 국민 앞에 더 없이 큰 죄를 짓게 되는 것“이라며 직권상정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테러방지법이 이중삼중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직권상정 없이는 법안 처리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장은 그동안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직권상정 요구에 “직권상정은 의장의 고유권한”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정 의장은 전날 이병호 국정원장과의 면담 뒤 직권상정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그는 “국정원이 국민들로부터 스스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완전하게 시행할 것을 요구했고 이 원장으로부터 확고한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야당이 우선 처리를 요구했던 선거구 획정 문제를 여당이 수용한 것도 정 의장의 부담을 덜어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위해 심사기일을 오후 1시30분으로 정하자 국회 정보위원회를 단독으로 열어 테러방지법을 상정했다. 더민주가 해당 법안들에 대한 안건조정을 신청했지만 정 의장이 이미 심사기일을 정해 야당의 이 같은 저지선은 무용지물이 됐다.

김달중·이도형 기자 da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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