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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영혼과 맞바꾼 마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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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9 20:43:28 수정 : 2016-02-19 21: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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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 이 작품에는 나중에 헨리 5세에 오르는 할(Hal) 왕자의 젊은 시절 얘기가 등장합니다. 그는 저잣거리에서 술, 여자도 모자라 강도짓까지 하며 방탕하게 보냅니다. 그를 문란한 생활에 빠뜨린 이가 팔스태프(Falstaff)라는 늙은 뚱보 기사이지요. 팔스태프는 치킨 다리 한 조각과 와인 한 잔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파는데 이 와인이 바로 ‘마데이라(Madeira·사진)’입니다.

1478년 대영제국 왕 에드워드 4세는 자신에게 반항한 죄로 동생 클래런스 공작 조지(George)에게 사형선고를 내립니다. 그러자 조지는 ‘맘지(Malmsey·마데이라 와인 포도 품종)’ 통에 빠져죽게 해 달라고 간청했다는 일화도 있답니다. 도대체 어떤 매력을 지녔기에 이들은 마데이라에 이토록 매달렸을까요.

지중해에 있는 포르투갈 마데이라 섬은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축구선수 호날두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마데이라는 포르투갈 포트(Port), 스페인 셰리(Sherry)와 함께 세계 3대 주정강화 와인으로 꼽힙니다. 주정강화 와인은 발효가 진행 중인 와인에 알코올 도수 70%의 높은 주정(증류된 포도의 원액)을 투입한 와인입니다. 이러면 효모가 죽어 발효가 중단되고 미처 발효되지 못한 잔류 당 때문에 아주 달콤하면서도 알코올 도수가 18∼20%로 높은 와인이 탄생합니다.

마데이라는 그중에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뛰어난 풍미로 유명합니다. 비밀은 뜨거운 열을 가하는 독특한 숙성방식 덕분이랍니다. 배에 실린 와인이 적도를 지나면서 고온에 노출된 뒤 오히려 관능적인 복합미가 크게 향상된 사실을 우연히 발견해 이런 양조방식이 개발됐다는군요. 또 최소 3년에서 50년 이상 나무통에서 숙성된 원액을 블렌딩하기 때문에 농축되고 강렬하면서 복합적인 향을 지닌 특별한 와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마데이라를 한 모금 마시면 높은 알코올 때문에 금세 몸이 훈훈해진답니다. 와인치고는 높은 알코올 도수이지만 너무나 달콤한 맛 때문에 입술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버리지요. 한겨울 강추위도 녹이는 치명적인 달콤함, 팜므파탈 같은 마데이라 한잔 같이 하실래요.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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