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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동원, 이 남자의 행보는 무조건 옳다

입력 : 2016-02-20 13:11:00 수정 : 2016-02-20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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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배우의 매력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연초부터 극장가에 어마무시한 흥행돌풍과 함께 논란거리까지 안긴 화제작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의 중심에 배우 강동원(35)이 있다.

인터뷰할 때마다 한결같이 한국영화계 걱정을 하고, “노는 것보다 촬영장에 있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남자. 그 덕분인지 팬들은 ‘언제쯤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고민할 새 없이 때만 되면 스크린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늑대의 유혹’(2004), ‘형사 Duelist’(2005), ‘전우치’(2009), ‘의형제’(2010), ‘군도’(2014), ‘검은 사제들’(2015) 등 데뷔 후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소처럼 열심히 일한다는 뜻의 ‘소동원’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다. ‘검사외전’이 빠른 속도로 85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가운데, 영화계는 강동원의 티켓파워에  또 한 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검사외전’에서 그는 생애 첫 사기꾼 역을 맡아 소위 ‘망가진’ 연기를 천연덕스럽게도 해냈다. 그가 연기한 한치원은 꽃미남 외모에 똑똑한 머리를 무기 삼아 사기를 일삼으면서도 철철 넘치는 매력으로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리는 마성의 캐릭터다.

영화가 공개되고 난 뒤 관객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그러나 강동원의 매력 포텐이 제대로 터진 영화라는 점엔 모두가 수긍하는 분위기다.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남자. 일단 영화를 찍었으면 손익분기점은 넘어야 한다고 솔직히 말하는 남자. 인터뷰에서 강동원과 나눈 이야기를 공개한다.

-‘검사외전’ 어떻게 봤나.

△ 워낙 다 잘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든 영화였어요. 시나리오 자체로만 보면 익숙한 스토리이긴 한데 검사와 사기꾼이 의기투합한다는 설정이 새로웠죠. 가장 매력을 느낀 건 다름 아닌 캐릭터였어요. 한치원은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라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이렇게 가벼운 역할은 처음이었으니까.

-연기하면서 초점을 맞춘 부분은?

△ 하하. 얘(한치원)가 사기를 계속 치는데 뭐가 진짠지 가짠지 관객들도, 나도 모르게. 그래서 사기 치는 연기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에 더 신경 썼어요. 표정이나 말투, 미세한 행동까지도.

-코믹 연기가 제법 잘 어울렸다. 의외였다.

△ 하긴 ‘두근두근 내 인생’ 때도 가벼운 캐릭터이긴 했는데, 이 작품은 더 내려놔야 했으니까 더 자유로운 느낌이었어요. 막힐 게 전혀 없는 인물이거든요. 전사(前史)도 없죠. 기껏해야 ‘중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정도예요. 그런데 영화 다 찍고 나서는, 제 생각인데 이것도 가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엔 만족하나.

△ 정말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였어요. 사실 이야기 구조 자체가 촘촘한 영화는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황정민 선배님과 ‘캐릭터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의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했죠. 첫 시사회 후 배우, 제작진 다 같이 모여 술 한 잔 기울이면서 “한 고비 넘겼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의 반응”이라고 말했어요. 목표했던 반응이 나왔고 전반적으로 만족해요.



-사기꾼에 코믹 캐릭터인데 참고한 작품이나 배우가 있었나.

△ 사실 이 역할은 레퍼런스가 거의 없었어요. 아니, 한국영화에서 저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캐릭터가 있었나요? 치원이는 그냥 태생부터가 거짓말로 점철된 인물 같아요. 그러면서도 웃겨야 하니까 어딘가는 허술해야 했죠. 변재욱(황정민 분) 캐릭터가 워낙 진지하고, 스토리도 무거워질 수 있다 보니 저라도 가벼워야 한다고 생각했죠. 관객들에게 쉼표가 되고 싶었죠.

-‘강동원이 여자들을 유혹해?’ 신기한 장면도 많았다.

△ 그 장면들은 거의 다 낯부끄러웠다고 보시면 돼요. 아무리 배우를 오래 했더라도 평소 해보지 않은 말투나 감정을 연기하려면 뻘줌해질 수밖에 없어요. 연기를 하면서도 ‘이 톤이 맞나?’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쉬지 않고 고민하죠. 이번 영화에서는 경리, 은행 여직원 등 처음 보는 여성 앞에서 쉬지 않고 눈웃음 치고 말 걸어야 하는데 정말 창피하더라고요. 처음 보는 여성의 눈을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본 적은 처음이었으니까. 이거 한국 정서에 안 맞지 않나요?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여배우들에게 가서 “저 원래 그런 사람 아니다” 일일이 설명해가면서 연기했다니까요.

-촬영장에서 쑥스러움을 극복하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면.

△ 그냥 내려놓은 지 꽤 됐어요. 제가 열심히 해야 스태프들이 빨리 집에 간다란 마음으로.(웃음) 어느 순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해야지 안 되겠더라고요. 이번 영화 찍으면서 이성민 형님이 카메라 돌 때와 안 돌 때 사람이 180도 바뀐다고 제가 놀라자, 감독님이 ‘너도 한치원으로 변하면 저도 저렇게 정신을 내려놓는다’고 하시더군요.

-요즘 해외시장 진출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다.

△ 사실 해외진출은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꾸준히 얘기해온 부분이에요. 데뷔 초부터 ‘할리우드에 진출할 생각 없나?’란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으니까. 그 때마다 ‘해외진출엔 욕심이 나지만 꼭 할리우드는 아니다. 아시아 시장에 관심이 많다’고 했었죠. 그 후로 외국어 공부는 정말 열심히 했어요. 영어는 어느 정도 하고, 일본어는 약간 하는 정도. 중국어는 좀 배우다가 말았죠.

-왜 이제 와서 ‘해외시장 노크’가 이슈가 된 건가.

△ 글쎄, 환경(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바뀌어서? 시기적으로도 그래야 할 시기가 오지 않았나 생각돼요. 제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라 배우들이 먼저 해외로 안 나가면 작품도 나가기 힘들어요. 한류문화는 보통 드라마를 통해 확산되지 영화가 먼저 알려진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이일형 감독이 ‘검사외전’ 중국에서 개봉시키고 싶다고 해도,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결국 배우들의 몫이에요.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선 소규모로 조금씩 선보일 수밖에 없어요. 한국의 배우들, 스태프들이 지금보다 인간적인 환경에서 수명 축내지 않고 작품을 찍으려면 우리(배우)가 먼저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안 돼요.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왜 늦어진 건가.

△ 한 마디로 TV드라마를 안했기 때문이죠. 한류 보시면 그동안 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린 분은 거의 없어요. 그동안 일본 쪽에서는 끊임없이 러브콜이 있긴 했죠.

-다시 안방극장에 돌아올 생각은.(강동원의 드라마 출연은 2004년 방영된 SBS ‘매직’이 마지막)

△ 요즘 드라마 환경이 무척 좋아졌다더군요. 쪽대본도 줄었고, 사전제작도 많아지고. 안 그래도 여러 방면으로 고려하고 있어요.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는데 ‘강동원 전담팀’이 생겼다고 하더라.

△ 그냥 제 매니저가 생긴 정도죠.(웃음)



-직접 제작을 하거나 감독을 해볼 생각은.

△ 하하. 주로 만나는 사람들이 다 영화인이에요. 물론 다른 일 하는 친구도 많지만. 저는 배우 말고 감독엔 관심이 없어요. 워낙 주변에 시나리오 주는 감독들이 많아서 제가 ‘돌려막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제 작품이라뇨.(웃음) 그분들과 다 작업을 해도 시간이 안 돼요. 술자리에서 “이런 얘기 재밌겠다”란 말이 나오면 저는 그냥 “재밌어요? 그러면 찍으세요”하는 정도죠.

-‘꽃미남’이란 말, 이제는 지겹지 않나.

△ 이젠 그럼 말 들으면 무덤덤해요. 각자 가진 게 있고 뜻이 있어 살아가는 거죠. 제가 가진 걸 굳이 버리고 새로운 걸 얻을 이유도 없고. 제가 이 타이틀(꽃미남)을 굳이 떼어버릴 필요가 있을까요?

-신인감독과 자주 작업하는 배우로도 유명한데.

△ 일단 시나리오가 좋으면 감독의 전작들을 훑어보고 작품이 괜찮으면 만나요. 전 항상 신인감독이랑 작업하는 걸 제 스스로 두려워하게 될까봐 그걸 조심하는 편이에요. 시나리오는 좋은데 신인감독이라서 안 한다? 그건 너무 웃겨요. 이젠 경험 많은 제가 그분들을 도와줄 수도 있는 상황인데, 단순히 제가 힘들어질 것 같아서 거부하는 건 말도 안 되죠.

-‘검사외전’ 이일형 감독과는 어땠나.

△ 이번 작품은 감독과 의견 차가 단 한 번 없었어요. 주위 사람들 말을 정말 잘 듣는 편이에요. 중요한 선택 전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다 물어보죠. 제 캐릭터라도 모든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죠. 시나리오를 제가 쓴 것도 아니고. 뭐든 ‘내가 잘 알아’라는 생각보다 위험한 건 없어요. 제가 제 캐릭터에만 빠지면 색깔을 잃어버릴 수도 있는 거고. 저 혼자 오롯이 캐릭터를 만들어간다? 그건 매우 위험한 생각이죠.

-요즘 ‘장르가 강동원’이란 말이 유행이다. 작품에서 워낙 특출한 매력을 발산한다.

△ 저도 그 얘기 듣긴 들었는데, 그러면 이 영화(검사외전)는 ‘범죄 오락 강동원’ 장르인가요? 이게 뭐가 좋은 말일까 싶어요. 그냥 깊게 생각 안해봤다. 칭찬이고 잘해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어요.

-출연작은 어떻게 정하나.

△ 대본은 저 혼자 봐요. 다른 사람과 돌려가면서 보면 안 되니까. 다만 고민이 될 때 친한 제작자에게 가서 “하고는 싶은데 부담이 된다”고 물어볼 때는 있죠. 작품 고를 땐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까 고민하죠. 어차피 제가 출연하는 작품은 상업영화인데 손해 보면서까지 작품 찍을 수는 없으니까. 다행히 제 출연작 중에서 아직까지 손해 본 영화는 없었어요.

-배우가 본인의 천직이라고 생각하나.

△ 예전에는 조금 미묘할 때가 있었어요. 연기 자체보다는 외부적 스트레스가 워낙 많았으니까. 그러다 현장에서 만들어가는 일이 너무 재미있어진 거예요. 결국은 극복하게 됐고, 지금은 이게 천직이지 않을까 생각돼요.(미소)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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