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송해요. 집안에서 살림만 하다 5일 만에 외출이라….”
배우자의 말에 우물쭈물 대답하는 사람은 남편일까, 아내일까.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남편, 직장에 나가 돈을 벌어오는 아내가 등장하는 KBS2 ‘개그콘서트’의 새 코너 ‘가족같은(사진)’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편 역을 맡은 개그맨 박휘순은 막내 여동생의 졸업식에 아내(이현정)와 아들을 이끌고 참석하지만 여동생(이수지)과 아내 사이에서 벌어지는 신경전을 보고도 어쩔 줄 몰라하는 ‘약한 남편’일 뿐이다.
여전히 가부장적인 질서에 익숙한 인물은 시아버지(김준호)와 시누이(이수지)다. 전복된 권력은 가족 관계 역시 변화시킨다. 시누이는 ‘관습대로’ 올케를 ‘잡으려’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올케는 시누이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고 조목조목 따진다.
불똥을 맞게 된 남편은 아무 죄 없는 아버지에게 “아버지는 좀 가만히 계세요. 아버지가 이럴수록 저만 힘들어진다고요”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단순히 ‘강한 여자’와 ‘약한 남자’의 대비가 아닌 전통적 가족 질서에서의 탈피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코너가 방송됐던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은 2주 연속 상승하며 전주에 비해 1.1% 오른 10.4%(AGB닐슨 코리아)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한 쪽에서는 “가정과 일터에서 위축된 남성을 과장되게 표현해 보기 불편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대중은 이들의 발언과 행동에서 쾌감을 느낀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활동 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가정을 지배하던 가부장적 질서가 해체되고 있는 상황을 위트있게 꼬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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