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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난독증' 소녀, 해리포터의 마법으로 치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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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21 14:19:23 수정 : 2016-01-21 14: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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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세베루스 스네이프 교수를 연기했던 배우 앨런 릭먼(69)이 며칠 전 죽었을 때 너무 슬펐다. 그는 영감을 줬으며, ‘책’이라는 존재로 이끌어준 사람이다. 인생의 장애물을 뛰어넘게 했다. 그런 앨런이 세상을 떠났으니 마음이 무너져 내린 것도 당연했다.

내 이름은 스테파니 위킨스. 올해 스물여섯 살이며, 런던에 산다. 어렸을 때 난독증(dyslexia)으로 고생했다. 같은 반 학생들 사이서 늘 놀림감이었고, 선생님은 글솜씨가 얼마나 엉망인지 아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트를 칠판 앞에서 펼쳐 보였다.

처음부터 난독증은 아니었다. 단지,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이해할 수 없었다. 문자화된 선생님의 말씀을 해석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열 살 때였나. 선생님께서 과제를 내주셨다. 교실은 토의하는 아이들로 시끄러웠다. 한 사람은 조용했다. 그게 나다. 선생님 지시를 이해할 수 없었던 터라 토의는커녕 말씀 자체를 이해하는 게 급했다.

선생님께서 왜 가만히 있냐고 말씀하셨다. 반 아이들 시선이 내게 꽂혔다. 죄인이 됐다. 죄인이 아닌데, 이해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차가운 눈총을 받았다.



몇 가지 테스트 후, 난독증 진단을 받았다. 즉시 일대일 특별 수업 코스에 배정됐고, 선생님은 알파벳 독해, 청해 등을 이해시키려 했다.

책 한 페이지 읽는 것도 벅찼다. 다른 아이들이 한 번 읽고 넘어갈 때, 세 번 반복해서 봐야 했다. 학창시절 내내 성적은 아이들 뒷전에서 허덕였다. 난독증. 인생에 드리운 아주 넓고 넓어서 끝이 어딘지 모르는 그늘이었다.

일대일 수업은 1년 가까이 지속됐다. 그러나 해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지쳐서 엄마에게 “제발 그만 보내달라”고 말했다. 결국 엄마는 난독증 수업을 취소했다. 일주일 2회, 한 번에 50파운드(약 8만6000원)씩 지불하는 수업은 엄마에게도 적잖은 부담이었다.

난독증 해결 방법은 소설책에 숨어있었다. J.K.롤링이 펴낸 ‘해리포터’ 시리즈였다.

열두 살 때 언니가 준 해리포터 소설책은 나를 독서의 세계로 이끌었다. 이전까지 책 읽는 게 버거워 잠자리서 엄마가 읽어주는 이야기와 함께 잠들었지만, 스스로 독서하는 사람이 됐다.

줄거리가 정말 흥미로웠다. 롤링 작가가 판타지 세계를 종이에 녹여냈다는 점도 대단하게 생각됐다. 독서가 버거웠던 사람을 이해시킨 것만으로도 롤링은 극찬받아 마땅했다.

글자라는 ‘장애물’을 뛰어넘는 달리기가 시작됐다. 독서 속도가 빨라졌고, 한 편의 시리즈를 읽고 난 후에는 차기작이 언제 나올까 기다렸다. 한 권을 덮고 나면, 높은 산에 올라 아래를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늘어날수록 독서속도도 빨라졌다. 42시간에 607페이지를 독파했다. 심지어 글자 하나하나 똑바로 읽는 것도 가능해졌다.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조지 R.R. 마틴의 장편소설 ‘왕좌의 게임’까지 읽었다. 더 이상 책장이라는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없이 허덕이던 과거의 내가 아니었다.



킹스턴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창작 글쓰기 등을 전공했으며, 2:1의 성적(영국의 채점 시스템에서 상위 70~79%에 해당. 80~100%를 1등급으로 분류)으로 졸업했다. 지금은 한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한다. 언젠가 소설책 펴내는 날도 꿈꾼다.

난독증이 완치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때때로 독서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끔 쓰는 글도 어지러울 때가 있다. 한 글자 쓸 때마다 어딘가 ‘턱’ 걸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독서가 난독증 치료에 큰 도움을 줬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작가의 꿈을 향해 달리는 데도 힘을 실어줬다는 것을 인정한다. 독서는 영감을 줬고, 꿈으로 이끌었으며, 인생 성취도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됐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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