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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중동 '종파전쟁'] "교역·항공기·여행 금지"… 사우디, 이란 고립작전

입력 : 2016-01-05 19:01:53 수정 : 2016-06-27 15: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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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터키 등 국제사회 자제 촉구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 때리기’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는 4일(현지시간) 교역과 운항 금지 등 민간 교류 제한 방침을 밝혔다. 중동 수니파 국가인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쿠웨이트까지 대이란 제재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사우디의 시아파 지도자 사형 집행으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이 중동은 물론 세계 전역으로 격화하고 있다.

수의 입은 이란 시위대 사우디아라비아의 시아파 지도자 처형에서 촉발된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4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수의 차림의 시민을 앞세운 시위대가 사우디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이슬람권에서 평상시 수의를 입는 것은 신의 뜻이나 명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의미다.
테헤란=AP연합뉴스
외신 등에 따르면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4일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은 양국 간 항공편과 교역 종결은 물론 이란 여행 금지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우디는 다만 이란 국적자라 하더라도 (무슬림의 의무인) 메카·메디나 순례(하지)는 막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또 사우디 축구협회는 아시아축구연맹(AFC)에 오는 27일 시작되는 2016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이란 팀과 한 조가 되지 않도록 조추첨을 다시 하거나 이란 팀과의 경기는 중립적인 곳에서 치러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제출할 방침이다. 사우디의 추가적 제재 조치는 실리보다는 이란 압박을 위한 차원이라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사우디가 전격적인 단교 선언 하루 뒤인 이날 민간 교류 제한 조치까지 내린 것은 패권 경쟁국인 이란을 겨냥했다기보다는 미국과 수니파 우방국에 대한 경고 메시지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이란의 지난해 사우디 수출액은 1억1100만달러(약 1320억원) 정도에 불과하고 사우디의 이란 교역액도 8000만달러에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또한 하지 허용을 통해 이슬람 성지 수호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이슬람권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사우디의 여론전도 일정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사우디와 엇비슷한 수준의 단교 조치를 내린 바레인, 수단에 이어 이란과도 우호관계에 있던 UAE는 이날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격하했다. 또 다른 수니파 왕조국인 쿠웨이트 역시 5일 이란 주재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고 국영 쿠나통신이 전했다. 수니파 국가 협의체인 아랍연맹(AL)은 10일 이란 시위대의 사우디 공관 폭력사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다.

사우디의 잇단 파상공세에 이란 쪽으로 기울었던 국제여론도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의 집단처형을 외교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었던 이란이 이번 사태로 ‘선동적’이라는 이미지만 덮어쓰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사불란한 사우디의 주도면밀한 공격에 시아파 신정국가로서 정치지형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이란이 코너에 몰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란 시아파 성직자인 파젤 메이보디는 NYT에 “주도면밀한 사우디의 계략에 우리(이란)가 말려들었다”고 토로했다.

수니파의 이번 도발로 이란의 개혁개방을 주도하고 있는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난처한 처지에 몰렸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의 ‘개혁·중도파’를 대표하며 핵 개발 포기 대가로 미국 등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를 이끈 공로에도 수니파와 서방 세력에 대립각을 세웠던 강경파의 입지만 높여준 꼴이 됐다. 이란 정부는 4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공권력이 과격 시위대를 막으려고 무척 노력했음에도 그들은 기어이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했다”며 “과격시위 주동자 40여명을 체포하는 등 (긴장완화를 위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사우디 우방인 미국과 터키도 로하니 정부의 이 같은 곤혹스러운 처지를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동지역의 긴장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않도록 양국이 자제심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누만 쿠르툴무쉬 터키 부총리도 “양국 모두 긴장고조 행위를 중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 고위인사는 리아노보스티통신에 “사우디와 이란 모두와 친구인 러시아가 중재자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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