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파 성직자 셰이크 님르 바크르 알님르가 처형당한 사실 자체가 이란 등 시아파의 반발을 불렀지만, 그가 참수됐을 가능성이 시아-수니파 간 갈등을 더 격화시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4일 보도했다. 시아파가 숭상하는 3대 이맘(지도자)인 후세인 이븐 알리가 7세기 말 주류 수니파 세력에게 참수당하면서 생겨난 해묵은 원한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참수형을 집행하는 국가는 사우디가 유일하다시피 하다. 프랑스의 악명 높은 기요틴(단두대)은 1977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란, 카타르가 참수형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제 집행되는 일은 드물다. 이란에서는 2001년 이후 참수형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198개국 중 140개국은 사형제 자체를 법적으로 혹은 사실상 폐지한 것으로 국제앰네스티는 파악하고 있다.
사우디 사법체계의 핵심 요소인 참수형은 건국 이념인 와하비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와하비즘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과 선지자 무함마드의 언행인 수나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근본주의 성향의 수니 사상인데, 사우디 법관들은 무함마드가 집단 참수를 개인적으로 승인했다는 기록에 근거해 참수형을 종교적으로 정당화한다. 사우디의 한 참수형 집행인은 2003년 “사람들은 목이 순식간에 잘려 나가는 걸 보고 놀란다”며 자신의 처형 기술을 자랑한 적도 있다. 사우디는 작년 한 해 동안 20년 만에 가장 많은 157명을 처형했는데, 국제인권단체들은 이들 대부분이 참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집단들의 인질 참수는 1996년부터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WP는 설명했다. 당시 체첸 반군은 이슬람 개종을 거부하는 러시아 군 포로를 참수했다. IS는 참수 장면을 담은 선전 동영상을 통해 적을 도발하는 한편 피에 굶주린 신병들을 모집하고 있다. 사우디는 참수형이 “자의적 선택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법정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IS의 자의적 참수형과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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