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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탄광섬 하시마 가보니…한국인 경계령 내렸나?

입력 : 2016-01-03 20:50:17 수정 : 2016-01-04 10: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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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일본 나가사키시 하시마섬의 전경.
초등학교와 중학교로 사용된 오른쪽 콘크리트 건물 옆 해안가가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거주한 함바가 있던 자리다. 섬 주변은 격랑이 일어 함바에는 항상 파도가 밀려들어 왔으며, 일본인 관리자들은 중앙 고지에 위치한 아파트에 거주했다.
김예진 기자

지난달 22일 일본 나가사키 하시마섬(군함도)에는 일제의 강제징용 역사를 은폐하고 있다는 국제적 비판 때문인지 입도부터 경계심이 감돌았다.

나가사키 항구에서 하시마 입장권을 구입하면서 ‘안전유도원 지시에 따른다’, ‘지정 구역 외에 들어가지 않는다’ 등 주의사항이 적힌 서약서를 받아 서명해 제출했다. 서약서는 한국인 방문객용으로 준비된 한글본이었다.

배에 오르기 전엔 입장권을 검사한 뒤 입도가 허가된 관광객임을 표시하는 목걸이를 받았다. 목걸이는 서약서의 주의사항이 다시한번 적힌 종이가 달렸다. 목걸이는 한국인 방문객들에겐 진한 초록색, 일본인들 것은 흰색으로 색이 달랐다.

배를 탄지 30분, 하시마섬이 가까워오자 ‘섬 안에서는 녹음이 금지돼 있다’는 선내방송이 나왔다.

섬에 상륙하자 안내원은 방문객들을 다시 한국인 등 외국인과 일본인,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눠 따로 안내했다. 한국인들은 “일본인과 다르게 설명하려는 것이 아닌가”하고 술렁거렸지만, 안내원은 “방문객이 많아 편의상 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해설 내용은 1960년대 이후 발전적인 생활상이 주를 이뤘다. 탄광과 관련해선 갱부들의 집단 목욕시설과 세탁소, 이발소 시설이 있었고 1초에 8m를 내려가는 고속 엘레베이터를 타고 해저 갱내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의 가이드가 끝난 뒤 해설사에게 이곳에 일본인과 외국인은 각각 몇명이 살았는지 ‘에둘러’ 질문했다. “가장 많을 때 일본인 5300명이 살았다”고만 답해 일본인이 아닌 사람은 몇명이 살았는지 다시 물었다. 그는 강제징용을 의식한듯 “한국인이 삼사십… 백명 있었는데 모두 월급을 받고 일한 겁니다”라고 답했다. 잠시후 그는 무언가 아쉬운 듯, 섬을 떠나려는 배 안으로 따라들어와 팜플렛을 주고 갔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조선인 갱부는 1917년 하시마에 처음 들어왔으며 총동원령이 내려진 1938년부터 1945년까지 조직적으로 강제동원됐다. 1944년 3월 나가사키일보 하시마 탄광 취재기사에 ‘현재 일본의 탄광 노동자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 노동자(조선인)의 관리가 중요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일본 시민단체 조사와 생존자 증언 등을 토대로 당시 조선인은 500∼800명으로 추산된다.

당시 관리자들이 배급식량의 절반을 가로채고, 임금은 “저금을 해준다”며 대부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조선인들은 익사의 위험을 무릅쓰고 섬 밖으로 탈출을 시도했고, 적발되면 고문을 당했다. “나는 제방 위에서 멀리 조선쪽을 보고 몇번이나 바다에 뛰어들어 죽자는 생각을 했다. 동료 중에는 자살을 하거나 헤엄을 쳐서 도망하다가 익사한 사람도 있다”는 생존자 증언이 있다.
하시마섬의 갱부들이 해저 갱내로 들어가기 전 들른 종합사무소 건물 터.
김예진 기자
1916년 오사카아사히신문이 하시마를 ‘군함도’라고 처음 일컫기 전, 본래 별칭은 ‘감옥섬’이었다. 1888년 일본 잡지 기사에 일본인 갱부들이 하시마를 ‘감옥섬’, 하시마 입구를 ‘지옥문’이라 불렀다는 대목이 나온다.

일본 시민단체 발굴 문서에 ‘특별위안소’라는 항목이 있었으며, 이를 토대로 경찰과 탄광경영자가 연계해 여성을 성노예로 지배했다는 분석이 있다.

1968년 일본 시민단체가 하시마에서 발굴한 조선인 화장기록에 122명의 사망 사실이 담겨 있다. 사망자는 73%가 경상도 출신이었으며, 17세 이상 사망 원인은 매몰질식, 호흡기질환 병사, 갱내질식 순으로 많았고 12세 이상 조선인은 흉복부질환, 소화불량 등으로 사망했다.

일본 정부는 하시마섬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노동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를 약속했다. 일본은 이와 관련 내년 12월까지 이행 경과보고서를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해야 한다. 세계유산위원회가 2018년 일본정부의 이행 상황을 직접 점검한다.

나가사키=글·사진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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