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해수면 상승의 공포… 용머리 해안 2100년에 수몰 위기

관련이슈 지구 기온 상승 1.5℃ 내로 지키자

입력 : 2015-12-31 18:46:33 수정 : 2016-01-07 15:38:59

인쇄 메일 url 공유 - +

[기온 상승 1.5℃ 내로 지키자] <1> ‘기후 변화 1번지’ 제주가 잠긴다
해수면 상승, 계절을 무시한 기후변화, 말라버린 강, 사라진 생물종…. 병든 지구가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보내는 SOS다. 도처에서 생겨나는 자연재해 난민은 인류가 이런 신호를 무시한 탓이다.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자연재해는 전 지구적 규모로 확산될 것이다. 기후변화 재앙에 대한 위기감은 국제사회가 지난해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통해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지만 그 이행은 지구촌 시민의 몫이다. 세계일보는 올 한 해 동안 기후변화가 초래한 지구의 질병을 탐사하고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지구촌의 노력을 소개하는 연중 시리즈를 시작한다.

◆제주도가 물에 잠긴다… 기후변화 탓

“물 들어왐수다 나가줍서예.(물 들어오니까 나가주세요.)”

지난달 16일 오전 11시50분, 만조 시간이 다가오자 안전 관리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탐방객들이 아쉬운 듯 느린 걸음으로 뭍으로 올라왔다. 9분 뒤, 해안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가 순식간에 찰랑거리는 물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제주 서귀포시 용머리해안은 이날 정오부터 오후 3시까지 만조로 출입이 통제됐다. 20년 전만 해도 없었던 일이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은 1970년 이후 38년 만에 해수면이 22.6㎝ 상승했다. 정부는 조금씩 지대가 높은 곳으로 탐방로를 옮기고 있지만 이르면 2100년에는 더 이상 이 절경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16일 만조로 인해 탐방로가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한 용머리해안의 모습.
제주=조병욱 기자
용머리해안은 약 80만년 전 바닷속 용암 폭발로 생긴 지층이다. 오랜 세월을 견디며 묵직하게 쌓인 퇴적층은 길이 600, 높이는 20에 달한다. 현무암에 수평층리, 수직절리단, 해식동굴이 어우러진 비경을 자랑한다. 올해만 32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았다. 한반도 ‘기후변화 1번지’로도 불리는 이곳은 해수면 상승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기후변화가 남극이나 북극처럼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반도에도 닥친 도전이라는 냉혹한 진실을 보여준다.

용머리해안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해산물을 파는 해녀 이순심(67)씨는 “예전에는 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좌판을 오래 펴놓고 있었는데 요즘은 물이 많이 들어올 때는 이를 접고 나가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귀포시가 집계한 ‘용머리해안 연간 통제일수’ 자료를 보면 2011년에는 하루 종일 통제되는 날은 84일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12월을 제외하고도 연 134일로 크게 늘었다. 부분통제일을 포함한 전체 통제일 수는 2011년 151일에서 2014년 212일, 지난해 202일로 늘었다. 이틀에 하루꼴로 용머리해안은 바닷속에 잠기는 셈이다. 1987년 처음 해안 산책로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만조 시간에도 바닷물에 잠기지 않았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탐방로가 잠기는 날이 늘어나자 시는 2008년 산책로를 당시보다 더 높은 곳에 다시 설치했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자 다시 물에 잠기기 일쑤다.

해수면 상승 예상치는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해수면 상승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의 해수면은 약 1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제주는 전체 평균 두 배가 넘는 22㎝ 상승했다. 올해 전국 연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2.48㎜로 전 세계 평균값 2.00㎜보다 높다. 과거(1961∼2003년) 다른 나라들은 연평균 1.8㎜씩 해수면이 상승했고 우리나라는 매년 1.9㎜씩 높아졌다. 이 기간 제주는 약 5.1㎜씩 상승했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이동욱 제주대 교수(토목공학)의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에 따른 제주 연안지역 건설시설물 영향분석’ 논문을 보면 현재의 해수면 상승 추세가 2040년까지 이어지면 제주 전체 면적(1849.2㎢·약 5억5938만평) 가운데 2.9㎢(약 87만7250평), 2100년에는 5.4㎢(약 163만3500평)가 침수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 제주도의 조사 결과를 봐도 용머리해안은 1970년에 비해 30년 사이 해수면이 22.7㎝나 상승했고, 이 추세라면 2050년에는 48.9㎝, 2100년에는 해수면이 1 이상 올라가 용머리해안 대부분이 물에 잠길 것이다.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의 5차 보고서는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2081∼2100년에는 해수면이 지금보다 63㎝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고, 2020년 이후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성공한다면 해수면은 40㎝ 정도 상승하는 데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IPC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환경기구로 1990년 이후 5∼6년마다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낸다.

이은일 해양조사원 해양과학연구실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해안선 유실, 침수와 해수범람 지역 확대 등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연안에 밀집된 산업기반시설과 주거단지 등의 안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해역별 수온 상승에 따른 열팽창 효과와 빙하 융해, 지역별 연안개발이나 지반침하 등 국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수면 상승 감시와 분석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 앞바다 아열대화 심각, 생태계 변화 우려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의 변화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도 나타난다. 해양조사원의 지난달 조사 결과를 보면 2000년 이후 16년간 남해안 수온 관측 자료 분석에서 수온이 1.3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해협 부근 모슬포, 제주 북부, 여수 등을 따라 표층 수온 상승은 뚜렷했다. 2000년 이후 10년간 남해안 전체의 표층 수온 평균 상승폭은 약 0.8도인데 이 기간을 16년으로 연장해 보면 약 1도로 더 높게 나타난다. 수온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남해안 평균 수온 상승 이유로 구로시오해류에서 대한해협을 통과하는 고온·고염의 대마난류 자체의 수온 상승과 그 수송량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김영택 해양조사원 연구사는 “기후변화가 가져올 전 지구적 해양재해 및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나라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해류 관측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주 수온 상승으로 최근 제주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의 절반은 아열대 어종이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제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종이다. 고준철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 박사는 “어민들이 2000년대 들어 아열대 어종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알려와 2012년부터 실제 조사를 해보니 현재 제주에서 잡히는 어종의 절반 정도가 청줄돔, 호박돔, 가시복 등 아열대 어종”이라며 “주로 필리핀 연안이나 일본 오키나와에서 서식하는 개체들이 북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제주 인근 4곳 지점에 통발이나 그물을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채집된 어류를 조사해 분석하는 연구를 3년째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어종 변화를 관찰하고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 고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한 어종 변화가 최종적으로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채수빈 '완벽한 미모'
  • 채수빈 '완벽한 미모'
  • 이은지 ‘밥값은 해야지!’
  • 차주영 '완벽한 비율'
  • 샤오팅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