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태양을 비롯한 우주에서 그렇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75%가 수소다. 지구에서도 수소는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수소는 지구 표면에서 산소·규소·알루미늄·철·칼슘 등에 이어 10번째로 흔한 원소다. 심지어 바닷물의 10.8%가 수소일 정도다.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핵심인 탄소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양이 존재한다.
![]() |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
그런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려면 수소 화합물을 ‘환원’(還元)시켜 수소를 떼어내야만 한다. 그런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기를 이용해서 물을 분해시키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 것이 문제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엔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크게 된다. 결국 물의 전기분해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충분히 높은 경우에만 가능한 기술이다.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있다. 천연가스를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키면 수소 기체와 함께 산업적으로 유용한 탄소나 일산화탄소가 생산된다. 이 경우에도 수증기 생성에 적지 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더욱이 수소를 생산하고 남은 탄소·일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천연가스에서 생산한 수소가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소를 고압의 가스 상태로 운반·저장하는 일도 쉽지 않다. 대형 폭발 사고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수소를 연소시키는 자동차의 배기구에서 나오는 수증기도 환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도 무작정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소와 함께 산소 충전소도 필요하고, 연료전지 내부에는 고농도의 전해질(황산) 용액도 필요하다. 사고에 의한 파손이나 고장으로 전해질이 흘러나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수소는 특별한 환경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에너지 전달 수단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