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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과학放談] 수소에너지 환상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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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2-24 21:20:00 수정 : 2015-12-24 2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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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수소(水素)와 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이산화탄소 대신 깨끗한 물을 배출하는 무공해·친환경 자동차로 알려진 수소 자동차의 경우가 그렇다. 실제로 수소 자동차의 개발과 보급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앞으로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가 출현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가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태양을 비롯한 우주에서 그렇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75%가 수소다. 지구에서도 수소는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수소는 지구 표면에서 산소·규소·알루미늄·철·칼슘 등에 이어 10번째로 흔한 원소다. 심지어 바닷물의 10.8%가 수소일 정도다. 석탄·석유·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핵심인 탄소보다 무려 3배 이상 많은 양이 존재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수소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가벼운 기체로 존재하는 순수한 수소는 오래전에 지구 대기권의 상층부로 올라가서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결국 지구 표면에 남아있는 수소는 산소(물)·탄소(탄화수소)·질소(암모니아)와 같은 원소와 단단하게 결합한 수소 화합물의 상태로 존재한다.

그런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려면 수소 화합물을 ‘환원’(還元)시켜 수소를 떼어내야만 한다. 그런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기를 이용해서 물을 분해시키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한 양의 전기가 필요한 것이 문제다.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엔진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배보다 배꼽이 훨씬 더 크게 된다. 결국 물의 전기분해는 원자력 발전의 비중이 충분히 높은 경우에만 가능한 기술이다.

메탄이 주성분인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있다. 천연가스를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키면 수소 기체와 함께 산업적으로 유용한 탄소나 일산화탄소가 생산된다. 이 경우에도 수증기 생성에 적지 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더욱이 수소를 생산하고 남은 탄소·일산화탄소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천연가스에서 생산한 수소가 온실가스 감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수소를 고압의 가스 상태로 운반·저장하는 일도 쉽지 않다. 대형 폭발 사고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수소를 연소시키는 자동차의 배기구에서 나오는 수증기도 환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도 무작정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없다. 수소와 함께 산소 충전소도 필요하고, 연료전지 내부에는 고농도의 전해질(황산) 용액도 필요하다. 사고에 의한 파손이나 고장으로 전해질이 흘러나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수소는 특별한 환경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제한적인 에너지 전달 수단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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