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불륜 대가로 증여한 재산을 반환받을 수 있는가.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먼저 불륜의 대가로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속한 경우, 약속을 근거로 재산의 급부를 청구할 수 없다. 이 약속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이기 때문이다. 불법 청탁의 대가로 금원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을 이유로 금원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나 불륜의 대가로 금원이 지급된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증여한 금원은 불법원인급여가 돼 반환받을 수 없다. 노름빚을 진 사람이 이를 갚을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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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그럼에도 대법원은 첩 B의 손을 들어 주었다. 불법원인급여의 법리는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행위를 한 사람을 보호할 수 없다는 법의 이념을 실현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첩의 딱한 사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는 1970년대의 판결을 함부로 일반화할 것은 아니다. 대법원이 부동산 2중매매에서 제1매수인이 등기를 취득한 제2매수인을 상대로 매도인의 소유권에 기초한 등기말소청구권을 대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런 취지로 해석된다.
그렇다면 불륜 대가로 재산을 받은 뒤, 그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시 돌려주기로 나중에 약정한 경우는 어떤가. 최근 아내와 별거 중이던 A남이 유흥업소에 다니는 B녀에게 불륜의 대가로 3억5000만원 상당의 아파트를 사 준 뒤 그녀와 헤어지게 되자 그녀로부터 그 절반을 돌려받기로 약정한 사건이 있었다.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이 약속을 근거로 B녀는 A남에게 1억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사후의 반환약정 자체가 따로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반환약정 그 자체의 목적뿐만 아니라 당초의 불법원인급여가 이루어진 경위, 쌍방당사자의 불법성의 정도, 반환약정의 체결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강행규정인 불법원인급여의 법리가 잠탈(潛脫)돼 그 법리에 의해 실현하고자 하는 민법의 이념이 훼손될 우려는 없는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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