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본 투자 활성화” vs “치료보다 돈벌이 치중”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33만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85%는 중국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에 중국 자본의 병원이 설립되면 해당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등 부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외국계 영리병원 도입론자들의 입장이다. 대기업들도 의료관광 육성을 위해 외국계 영리병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과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쪽으로 법과 규제를 개선해 의료관광을 키우자고 제안했다.
녹지국제병원이 승인되면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서 비슷한 형태의 영리병원 설립 신청이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이 추진됐고, 지난해에는 제주에서 중국계 자본의 산얼병원이 설립을 추진하다 무산됐다. 정부는 외국계 영리병원 유치를 위해 지난 3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의료기관 개설 기준을 완화하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절차 규칙’을 개정했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 내 의료기관은 외국 의사·치과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10% 이상 둬야 한다는 규정을 삭제했고, 병원 내 진료관련 의사결정 기구 참여자의 절반 이상을 외국 면허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무도 없앴다. 대신 진료과목별로 외국 면허 의사를 한 명씩 두고, 외국인 투자비율이 50%를 넘어야 하며, 해외 소재 병원과 운영협약을 해야 한다는 조항은 그대로 유지됐다. 그러나 제주도는 경제자유구역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최소 외국인 의사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녹지국제병원은 의사 구성에서 외국인 비율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상 내국인 직원으로 운영되며 자본만 중국에서 들어온 형태가 될 가능성도 큰 셈이다.
◆“의료 수준 높아진다” vs “건강보험 위협한다”
국내 모든 병원은 건강보험 대상이다. 외국계 영리병원은 이 틀을 벗어나는 첫 병원이다.
녹지국제병원은 건강보험의 적용만 받지 않을 뿐 내국인의 진료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만약 이곳을 찾는 내국인이 늘어난다면 국내 의료계와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국적인 영리병원의 확대, 현재의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논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녹지국제병원 설립이 한국 의료기관 건강보험 당연 지정제도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허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도 “해외의 경우 공공의료 비중이 70∼80%가 되는 나라들이 주로 영리병원을 허용하고 있다”며 “공공의료 비중이 10% 수준인 국내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현재 비영리 체제인 의료법인들의 영리화 요구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국내 의료기관이 우회투자를 통해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에 참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회계법인 등을 통해 면밀히 검토한 결과 우회투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환자의 안전 확보도 과제다. 의료사고 발생 시 현재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계 영리병원에도 이 제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 등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녹지국제병원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는 협약한 제주대학병원, 서귀포의료원으로 이송된다.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도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론자들은 녹지국제병원의 모기업인 중국 녹지그룹이 부동산 투자전문 기업으로 그동안 의료기관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중국 녹지그룹은 제주헬스케어타운과 제주드림타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다. 중국 상해시에서 50% 출자한 국영기업으로, 작년 매출액은 4021억위안(약 73조원)에 달한다. 병원 설립 신청자는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로 설립한 그린랜드헬스케어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1조원 규모의 제주헬스케어타운 사업협약을 체결해 77만9㎡에 대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400실 규모의 휴양 콘도미니엄도 짓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일본 부동산 진출을 위해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과 업무 제휴양해 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제주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778억원(토지매입 및 건설비 668억원, 운영비 110억원)을 들여서 건립된다. 의사 9명, 간호사 28명, 약사 1명 등 134명이 근무할 예정이며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을 운영한다. 의료진의 국적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지만 녹지병원 측은 국내 의료진을 고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욱·이재호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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