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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부자들’ 조우진, 이 분 참 미생스럽죠?

입력 : 2015-12-13 14:05:03 수정 : 2015-12-13 1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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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에는 ‘쇠톱을 든 직장인’이 한 명 등장한다. 하얀 와이셔츠에 넥타이, 말끔한 정장차림을 한 이 사내는 '조상무'(조우진 분)로 불린다. 

그런데 이 캐릭터, 보면 볼수록 참 기괴하다. 겉모습은 전형적인 직장인인데 하는 일은 조폭보다 더 무섭고 끔찍하다. 

조상무는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대신 ‘윗분’들의 뒤치다꺼리를 살벌하게 해내는 인물이다. 원작자이기도 한 윤태호 작가의 웹툰 '미생'에 나오는 인물 같다가도, 또 어딘지 모르게 극악한 암살자의 분위기를 풍기는 독특한 캐릭터다. 

머리카락을 단정히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에  안경을 낀 그가 쇠톱이나 낫을 들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심장이 절로 쫄깃해진다.

그런 조상무를 연기한 배우의 이름은 조우진. 이 분 대체 뭘까. 강렬한 이미지 뒤에 숨은 ‘장난 아닌’ 포스가 그에게서 느껴졌다.

# 제 이름은 조우진입니다

조우진은 올해 무대를 포함한 연기경력 16년차, 말 그대로 ‘중고신인’이다. 혹자들은 ‘대기만성형의 배우’라 칭한다.

그는 뭐라 불려도 상관없다고 했다. 데뷔 16년, 기나긴 터널과 같았던 ‘무명의 시간’을 이제 막 벗어난 기분이니까. ‘내부자들’은 캐스팅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그에게 ‘기적’을 맛보게 해준 작품이었다.

“처음엔 조상무 수하 역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조감독 표정이 어둡길래 이번에도 아니구나 생각했죠. 그리고 며칠 지나서 전화 한 통을 받았어요. ‘감독님 최종오디션에 와라. 그런데 역할이 업그레이드 됐다. 조상무 수하가 아니라 조상무 역할이다’라고요. 그 때 제 기분이란… 최종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보다 마음의 파도가 더 깊게 일었던 것 같아요.”

1978년 대구 출생인 그는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서울로 올라와 서울예대 연극과에 입학했다. “연기자는 얼굴이 잘생긴 사람만 하는 줄 알았다”는 그는 영화 속 개성 넘치는 선배 배우들을 보며 연기자의 꿈을 키워나갔다고 했다.

“제가 대학에 입학했을 당시 IMF 사태가 불어 닥쳤어요. ‘난 앞으로 뭐 하면서 살게 될까’ 곰곰이 고민하다가 연기자가 돼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 것은 제가 좋아하는 김건모씨의 노래 ‘가지 않은 길’에 나오는 가사 ‘어린 날 꿈꾸게 하던 맑은 무지개’와 만난 기분이랄까. 제가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경상도 사나이신 우리 아버지, 정말 황당해 하셨어요.(웃음)”

사진=쇼박스 제공


# 16년 만에 제게도 소속사라는 게 생겼어요

130분 영화에서 그가 등장하는 분량은 10분이 채 안 된다. “청소를 시켰으면 청소만 하면 되지 쓰레기를 훔칠라 카노?”란 그의 대사는 이미 명대사 반열에 올랐다. 짧은 시간 안에 배우가 존재감을 발산하기란 쉽지가 않은데, 그 일을 해낸 배우들을 사람들은 ‘씬스틸러’라 부르기도 한다.

“아, 아직 씬스틸러라는 말을 듣기엔 부족하죠. 우민호 감독님이 처음 제게 말씀하신 게 ‘기존 깡패 이미지가 아니라 빨리 일 끝내고 퇴근하고 싶어 하는 평범한 직장인 이미지’였어요. 감독님의 생각에 부합하는 배역을 준비하면서 10kg 정도 살을 찌웠고요. 더 어려보이기도 하고 권력의 기름기 같은 걸 좀 넣고 싶었어요.”

‘내부자들’을 촬영하며 백윤식, 이병헌, 조승우 같은 쟁쟁한 선후배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건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 영화 촬영이 끝나고 그를 눈여겨 본 연예기획사에서 연락이 왔고, 16년 만에 드디어 그에게도 회사(소속사)라는 게 생겼다. 그와 전속계약을 맺은 유본컴퍼니는 이병헌이 이끄는 BH엔터테인먼트 출신 매니저가 만든 신생기획사기도 하다.

아무도 몰라주던 시절, 무작정 광고에이전시나 영화사를 찾아 다니며 자신의 프로필 사진을 붙인 음료수를 돌렸을 때가 있었다. 

제작부 스태프들에게 “요즘 무슨 영화 찍으세요?” 묻고 다녔던 시간을 지나, 이제 당당히 소속사가 있는 배우가 된 것. 하지만 그 추억을 다 잊고 살 생각은 없다고 했다. 연기가 너무나 하고 싶었던 그 시절을 가슴에 아로새긴 채 초심을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다. 



# 감독판 '내부자들' 조상무의 결말이요? 쉿!

‘내부자들’이 개봉 4주차에도 식지 않는 흥행열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감독판인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도 오는 31일 개봉을 확정지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내부자들' 감독판은 사건 중심이 아닌, 캐릭터 중심으로 편집이 돼 있어 러닝타임 3시간40분의 어마어마한 분량을 자랑한다. 캐릭터 중심이다 보니 조상무의 이야기도 더 길고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우진에게 “조상무는 어떤 최후를 맞게 되나?”라고 물었더니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이 돌아왔다.

“조상무 이야기를 더 구체적으로 찍은 건 맞아요. 하지만 결말은 감독님이 절대 발설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아무 말도 못합니다.(웃음)”

데뷔 16년 만에 비로소 연기를 맘껏 할 수 있고 제대로 놀아볼 수 있는 장이 그의 앞에 펼쳐졌다. 

영화에서는 섬뜩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는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 선하고 예의 바르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무대, 스크린, 브라운관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는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다음엔 거친 반전 캐릭터 말고 코믹하거나 따스해도 좋겠다. 그는 아직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니까.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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