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29일까지 250점 전시
음식통한 양국교류·변화상 조명 “직장 동료 중에 별명이 ‘미세스 미원’이 있었어요. 퇴근하고 집에 가면 어머니가 식사준비 마무리지을 때잖아요. 죄송하니까 미원을 딱 들고 있다가 ‘어머니, 미원 넣을까요?’ 묻고 어머니가 ‘오냐’ 하면 미원을 탁탁 넣는데 자기 역할이라고….”(안영숙·63·여)
이런 시절이 있었다. 일본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가 개발하고 한국에 들어와 ‘미원’, ‘미풍’으로 불린 조미료 열풍의 한 장면이다.
일본에서 한글 간판을 걸고 식당을 열기만 하면 손님들이 줄을 섰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한류 열풍이 정점을 찍던 때였다. 그 덕분일까. 일본의 편의점에서 한국 라면이 가득한 진열장을 보는 게 이제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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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요코하마의 한국 삼겹살집(왼쪽)과 서울의 이자카야. 한·일의 음식은 이제 양국 국민의 일상 중 한 부분이 됐다.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개항 이후 새로운 문물이 물밀듯 몰려들면서 일본의 음식도 들어왔다. ‘오뎅’, ‘덴푸라’, ‘스시’ 등 일본 음식과 ‘돈가츠’, ‘카레’같이 이제는 한국화한 일본식 양식이 처음 들어온 게 이즈음이었다. 아지노모토를 통해 들어온 미원, 미풍 등 조미료와 양조간장으로 우리 고유의 맛이 사라져가는 풍경을 낳기도 했다.
전시장 한 켠에는 1980년대 서울 정동에 있었던 경양식집 ‘이따리아노’의 매장 풍경을 재현해 놓았다. 일본식 ‘돈가츠’는 깎두기와 단무지가 있는 한국식 ‘돈가스’로 변화돼 정착됐고, 이따리아노 같은 곳은 맞선, 약혼 등 특별한 날에나 갈 수 있었던 고급 식당이었다. “가끔 생일이나 가족들 무슨 일이 있을 때는 경양식집에 가면 돈가스가 최고였다”는 인터뷰 영상도 만날 수 있다.
우리 불고기가 일본에 전해져 변화하면서 등장한 각종 양념과 소스, 무연로스터 등의 자료와 모형, 음식 국적과 경계가 허물어지는 오늘의 상황을 식품마트를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박물관 관계자는 “미디어 테이블 위의 음식을 주문하면 종류에 따라 일본의 한국 식당과 서울의 이자카야로 바뀌는 체험도 할 수 있다”며 “각종 영상을 통해 실물자료가 설명하지 못하는 음식의 변화와 문화 교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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