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 9회에서 주인공 덕선과 남동생 노을이 나눈 대화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동물원의 ‘혜화동’은 어느새 맑고 담백한 음색의 여성보컬로 바뀐다. 박보람이 다시 부른 ‘혜화동’은 한때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주요 음원차트에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1988년을 배경으로 하는 코믹가족극 응팔이 자체시청률 13%를 넘어서며 ‘응팔열풍’을 이끄는 가운데 음원차트에도 복고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응팔 OST인 오혁의 ‘소녀’(원곡 이문세)는 음원 발표 이후 멜론, 엠넷, 벅스 등 주요 음원차트 정상을 한 달가량 지켰다. 지난 1일 싸이가 신곡 ‘나팔바지’와 ‘Daddy’를 발표하면서 주춤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상위권에 머물며 응팔 열풍을 입증하고 있다.
김필의 ‘청춘’(원곡 김창완),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원곡 전인권), 디셈버의 ‘네게 줄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원곡 변진섭)도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지난주 멜론 주간차트 10위권 안에는 ‘소녀’(3위), ‘혜화동’(4위), ‘걱정말아요 그대’(5위) 등 응팔 OST 3곡이 포함됐고, ‘청춘’은 11위에 자리했다.
‘응답하라 1997’(응칠), ‘응답하라 1994’(응사)에서 ‘응팔’로 이어지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매번 당시 유행가를 OST로 사용해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응칠은 HOT, 젝스키스 등 당시 아이돌 열풍을 반영했고, 응사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 에코의 ‘행복한 나를’, 더 블루의 ‘그대와 함께’ 등으로 94학번 전후 세대의 추억을 소환했다.
추억을 환기하는 가장 효과적인 장치는 음악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출한 신원호 PD는 응팔 첫 방송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는 음악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시리즈를 준비하면서 1988년에도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소비됐다는 걸 알았다”며 “그때의 음원을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음질이 떨어진다는 것이 아쉽지만 사용할 콘텐츠의 폭이 다양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20부작인 응팔은 반기를 결산하는 ‘응답하라 1988 오리지날사운드트랙 1부’를 발매하고 11일부터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한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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