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이 시청률 고공행진을 펴고있는 가운데 출연배우의 흡연 장면이 지나치게 자세히 묘사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응팔'이 10대부터 6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을 주며 사랑받고 있지만 흡연 장면이 '옥의 티'가 되고 있다. 공중파에서 흡연 장면이 큰 논란이 되는 것에 비해 케이블에서는 어느 정도 표현상 자유가 허용되는 것이 사실. 하지만 '응팔'이 10대들도 즐겨보는 드라마이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공중파 못지 않은 파급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21일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는 성보라(류혜영 분)가 몰래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그려졌다. 성보라는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려던 중 창문을 열고 밖에 숨겨뒀던 사탕박스를 가져오더니 그 안에 있는 담배를 꺼냈다. 이후 도너츠를 만드는 등 집안에서 대범하게 담배를 피웠다.
흡연 장면은 반전 있는 류혜영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해 삽입된 것으로 보인다. 극중 서울대 사범대 재학생인 성보라는 까칠하고, 자기 주장 강한 캐릭터로 그려지고 있다. 극중 대학생인 류혜영의 흡연장면은 역할 설정상 문제될 것 없지만 버젓이 담배를 입에 문 장면은 눈에 거슬렸다.
또 세월이 흘러 40대가 된 성보라(전미선 분)가 아이스크림에 담뱃불을 끄는 장면은 성보라의 일방통행식 성격을 감안하더라도 눈살이 찌푸려지기 충분했다.
류혜영의 흡연 장면이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이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보라는 동네 고등학생들이 담배피는 모습을 보자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고 훈계에 들어간다. 그러다 "국산을 애용하자"는 구호를 남겨 '쓴웃음'을 안겼다. 사범대생 보라가 학생들에게 훈계하다 엉뚱하게 '국산 애용'을 외치는 모습은 청소년의 흡연 문제를 억지스럽게 코믹으로 몰아갔다는 인상을 남겼다.
아무리 공중파보다 표현이 자유롭고 제약이 약한 케이블이라고 하더라도 공영성을 거스른 연출은 시청자에 반감을 주게 마련이다. '응팔'의 시청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다. 흡연 장면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심의 규정상 모든 흡연 장면이 심의 및 시정 요구 대상은 아니다. 대부분의 방송사는 시청자 정서를 고려해 자체 모자이크 처리 방식으로 흡연 장면을 처리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원칙적으로 흡연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지만 청소년에게 유해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신중을 기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응팔'의 흡연 장면에 대해서는 "청소년이 시청 가능한 시간대에 흡연 장면이 나갔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방송시간대, 시청등급, 어느 정도 묘사됐는지 등을 따져보고 규정에 비춰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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