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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몸짓, 프랑스 테러 아픔 어루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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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칸댄스페스티벌’서 공연 테러 위협을 이긴 예술은 천연히 아름다웠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휴양도시 칸의 팔레 드 페스티벌 루이 뤼미에르 극장에서 ‘제20회 칸댄스페스티벌’이 열렸다. 9일간의 축제는 파리 테러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중에 첫발을 뗐다. 개막작은 한국 국립무용단의 ‘회오리’였다. 우리 몸짓이 너울댄 80여분간 극장 안은 숨죽인 것처럼 조용했다. 태곳적 생명 탄생의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열기 속에 막이 내리자 환호성이 일었다. 커튼콜 마지막에는 관객 대다수가 기립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극장 로비는 ‘회오리’가 남긴 불씨로 뜨거웠다. 머나먼 한국의 아름다운 몸짓이 테러의 상처를 어루만진 밤이었다.

‘칸댄스페스티벌’은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춤 축제다. 1985년 시작해 윌리엄 포사이드, 마기 마랭 등 세계 최고 안무가들이 이곳을 거쳤다. 올해는 9일간 17개 무용단이 22개 작품을 선보인 국립무용단은 한국 최초로 이 축제에 초청됐다. 칸 시내 곳곳은 ‘회오리’ 사진이 큼직하게 인쇄된 축제 포스터로 뒤덮였다.

국립무용단이 20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팔레 드 페스티벌 루이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20회 칸댄스페스티벌’에서 개막작 ‘회오리’를 공연하고 있다.
국립무용단 제공
올해는 19년간 파리오페라발레단 단장을 지낸 거장 브리짓 르페브르가 예술감독으로서 처음 이 축제를 지휘해 관심이 컸다. 공연 전 한국 기자단과 만난 르페브르는 “‘회오리’에서 무용수가 호흡하면서 공간과 대화하고, 연약해 보이면서도 강한 모습이 공존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회오리’가 개막작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아름다워 포스터에 실었다”며 “우아하고 시적이면서 뭔가 더 나은 세상으로 우리를 끌어내는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르페브르는 ‘회오리’가 한국 전통무용과 핀란드 안무가의 합작품이라는 데도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이 용감한 시도에 감동받았고, 우리도 열린 마음으로 (이국적인) 공연을 선보이려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지난해 초연한 ‘회오리’는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국립무용단의 만남으로 화제였다. 음악은 장영규가 이끄는 그룹 ‘비빙’이 맡았다. ‘회오리’는 근원적 에너지에서 갈라진 존재들이 대립·분열하다가 거대한 회오리 속에 뒤섞이는 장엄한 흐름을 담았다.

브리짓 르페브르
테러에 대한 두려움이 생생한 시점에 관객이 공연장을 찾을까 우려됐지만 한국 무용단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주최 측이 개방한 극장 1층 1200석 중 1000여석이 예매로 팔려나갔다. 현장 판매에서 1층 좌석이 동나 2층까지 열어야 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관객들은 하나같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칸에서 의류점을 운영하다 정년퇴직한 마르틴 르 무엥(67·여)은 “너무 멋있고 피날레가 굉장했다”며 “활기 넘치고 점점 고조되는 느낌이 정말 아름답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에 친구 따라 와서 무용을 처음 본 건데 이 작품에 충격받았다”고 밝혔다.

춤과 음악의 조화, 동·서양의 만남도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랑스 니스의 시지엠에타즈 극단 안무가인 제프 비지오(47·남)는 “한국 무용수들이 서양 안무가와 만나 복합적인 춤을 춰서 흥미로웠고 음악도 멋있다”며 “서양인이 전혀 모르는 악기들이 있었는데 참 독특했다”고 했다. 프랑스 샤이오국립극장 프로그래머인 자르모 펜틸라(57·남)는 “안무가 테로가 한국의 신비로운 요소를 존중하고 음악·조명에서 이런 신비를 살려 좋았다”며 “한국 무용에서 하체로 무게중심을 잡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참 미스터리하고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공연 시작 전 극장 앞은 축제의 들뜸과 긴장이 공존했다. 안전요원 6명이 금속탐지기를 들고 세세히 관객을 검사했다. 프랑스 각지에서 온 관객들은 ‘공연 관람이 곧 테러에 대한 저항’이라고 여겼다. 마르틴 르 무엥은 “테러가 있었지만 우리는 계속 살아나가야 한다”며 “주위를 둘러봐라. 나 혼자만 온 게 아니라 공연장이 꽉 찼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자르모 펜틸라 프로그래머는 “테러는 프랑스의 문화다양성과 자유를 침범한 것과 똑같다”며 “샤이오국립극장도 테러 충격으로 지난 토요일부터 3일간 휴관했지만 예술적 자유를 지지하고 다양한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 바로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칸=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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