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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임·무관심·욕설에도 아이들은 멍듭니다

입력 : 2015-11-19 19:09:56 수정 : 2015-11-19 22: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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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특례법 시행 이후 신고 건수 11.5% 증가 지적장애 2급인 강지연(가명·17)양은 올해 8월 초 경남의 한 청소년 쉼터에서 발견됐다. 가출 동기를 조사하던 경찰은 강양의 집에서 이미 16번이나 가출신고를 한 전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수상한 낌새를 느낀 담당경찰관은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럽게 강양과 상담을 시도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새 엄마, 종이봉투, 죽인다, 밥 안 줘.”

경찰 조사 결과 강양은 학교나 특수교육기관 등에 다니지 않고 딸기 농장 등에서 노동을 강요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모는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며 협박을 일삼고, 며칠씩 강양을 비닐하우스에 감금한 채 식사도 주지 않고 박스 포장 등의 일을 시키기도 했다. 강양의 계모와 친부는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됐고, 강양은 전문기관의 보호를 받으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인 19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 이후 1년간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1만8558건으로 시행 전(1만6643건)보다 11.5% 증가했다. 기존 아동학대 신고전화(1577-1391)가 112로 통합되고,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의무화되고 신고보상금 지급 규정이 신설된 덕분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당국이나 보호기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의 아동학대 피해자가 상당수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아동학대 발견율은 1000명당 1명꼴로, 미국의 9명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례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언어폭력과 협박 등을 포함한 ‘정서학대’가 4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아동에게 적절한 의식주나 교육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방임’(유기 포함)은 20.3%로 집계됐다. 

강양의 사례처럼 정서학대나 방임은 직접적인 상해가 발생하는 신체학대나 성학대에 비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 모자 사건’도 정서학대에 해당한다. 세 모자 사건의 어머니 이모(44)씨는 무속인의 사주를 받은 뒤 시아버지 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며 수사기관에 허위 신고하고, 두 아들에게도 허위 증언을 강요한 혐의로 지난 12일 구속됐다.

정운선 경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년기의 정서학대는 신체학대나 성학대보다 더 큰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며 “이상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문제아’가 아닌 ‘도움이 필요한 아이’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 전에는 주로 신고현장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출동했지만, 현재는 경찰이 동행출동하는 비율이 40%까지 늘어나 면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아동학대 정황을 알고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신고를 하면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아동학대가 의심되거나 목격했을 때는 지체없이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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