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지난 10일 명지대학교에서 ‘공정성장론’을 주제로 강연한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당 지도체제 개편문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자신이 9월과 10월 제시한 10대 부패척결 및 혁신방안에 대해 문 대표가 대답을 해줘야 지도체제 개편에 협조 및 참여하겠다는 얘기다.
안 전 대표는 앞서 지난 9월20일 기자회견을 갖고 당 부패척결을 위한 3대 기조와 함께 5대 방안을 발표했고 다시 10월11일에는 낡은 진보청산을 위한 4대 기조와 5대 혁신구상을 차례로 밝혔다. 안 전 대표가 제안한 10대 방안은 ①반부패기구로서 당 윤리기구의 혁신 ②부패혐의 유죄판결 또는 재판계류 당원은 즉시 당원권 정지, 일체의 공직후보 배제 ③부패혐의로 유죄판결 확정시 즉시 제명 ④부적절한 언행 엄단 ⑤당 차원의 부패척결 의지 피력(이상 부패척결 방안) ⑥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⑦윤리심판원 전면 재구성 ⑧김한길-안철수 체제 집중 토론 ⑨19대 총선 및 18대 대선 평가보고서 공개검증 ⑩원칙 없는 선거정책 연대 금지 명시(이상 혁신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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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전 대표는 바로 이 10대 부패척결 방안과 혁신방안에 대해 문 대표 측이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문 대표 측의 답변이 없는 한 지도체제 개편 작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셈이다. 두 사람이 주류·비주류의 명운을 걸고 혁신의 외나무다리에 마주서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당 안팎에선 문 대표와 안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하는 ‘문(文) 안(安) 박(朴) 희망스크럼’이나 이들을 포함한 야권의 대권후보급이 망라된 통합선대위를 조기에 꾸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세계일보가 문 대표의 그간 각종 공식 회견이나 발언, 인터뷰 등을 분석한 결과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10대 부패척결 및 혁신 방안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답변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안 전 대표의 혁신방안에 대한 문 대표의 답변이 중요해진 상황을 감안, 문 대표 측이 명확히 언급하지 않는 경우는 문 대표 측 관계자들에 대한 추가 취재를 통해 안 전 대표의 제안한 10대 방안에 대한 문 대표 측의 입장을 정리했다.
①반부패기구로서 당 윤리기구의 혁신과 ⑦윤리심판원 전면 재구성 문제
안 전 대표는 9월20일과 10월11일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부패척결 및 혁신방안의 하나로 반부패기구로서 당 윤리기구의 혁신과 윤리심판원 전면 재구성 문제를 제기했다. 즉 “보다 엄격한 기준을 세워 당헌당규 관련 사항을 즉각 개정해 반영해 주시고, 법 개정 사안은 국회 정개특위에 개정안을 제출해 여야 협상에 나서달라”며 윤리기구의 혁신을, “지금의 윤리심판원은 국민의 기대치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고 윤리심판원의 전면 재구성을 각각 요구했다.
문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수준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으로 당헌에 이미 반영해 실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즉 당에 윤리규범을 신설했고, 윤리심판원의 위원 선임권한을 당무위로 격상했으며, 외부 인사도 과반 이상 구성토록 했다는 대답이었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지난 2·8전당대회 때 당헌·당규를 개정해 윤리위원회를 심판원으로 승격시켰고 심판원의 결정에 대해선 최고위원회의나 당무회의를 거치지 않고 최종 심판의 효력을 갖도록 했다. 아울러 심판원 과반을 외부인사로 구성하도록 해 독립성도 강화시켰다.
②부패혐의 유죄판결 또는 재판계류 당원은 즉시 당원권 정지 및 일체의 공직후보 배제
안 전 대표는 지난 9월20일 “억울한 측면이 없을 수 없겠지만” 당의 부패척결을 위해서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죄 확정시 당이 자동으로 당원권 회복 절차를 밟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 측은 이에 대해선 “혁신안 통과로 당헌에 이미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상곤 혁신위는 지난 9월23일 비리사건 등으로 하급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공천심사에서 배제하고 검찰 기소단계에선 공천 정밀심사 대상이 돼 불이익을 받도록 혁신안을 마련했고 당 은 이 혁신안을 찬성 다수로 처리한 바 있다.
③부패혐의로 유죄판결 확정시 즉시 제명
안 전 대표는 특히 당이 부패 연루자와 확실하게 연을 끊어야 한다며 부패혐의로 유죄판결이 확정될 경우 즉시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무위원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당규 개정안을 제출해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④부적절한 언행 엄단
안 전 대표는 또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도 반부패기조를 준용해 엄정하게 다뤄달라고 요구했다. 즉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과 일탈은 부패의 또다른 이름”으로 “배경에는 공인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감의 부재, 낮은 사회윤리 의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에서다.
문 대표 측은 ‘공갈 발언’으로 파문을 낳았던 정청래 최고위원이 윤리심판원의 징계를 받아 3개월간 당무가 정지되는 등 막말 논란으로 최초로 징계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⑤당 차원의 부패척결 의지 피력
안 전 대표는 “소속 국회의원의 부패와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국민은 분노했지만 당 지도부는 거꾸로 감싸는 발언과 행동을 보였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그러면서 “당의 반부패기조가 확립되면 당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바뀔 것”이라고도 했다.
문 대표 측은 이에 대해 “안 전 대표의 주장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당의 윤리심판원이 출범해 활동에 돌입했고, 당 윤리규범 제정 등으로 안 전 대표가 요구하는 부패척결 의지를 나름 실천하는 단계이라고 진단했다.
⑥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안 전 대표는 지난 10월11일 기자회견에서 “당이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며 수권비전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즉 “당의 경쟁력은 도덕적 우위와 함께 미래 담론과 개혁의제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실천해 나갈 때 생긴다”며 “개혁의 영역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문 대표는 지난 10월18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당 수권비전위원회를 제안하셨는데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이지만, 만약 본인이 이끌어 보실 생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가 추천하겠다. 최고위원회에서 의사를 모아볼 생각도 있다”고 말해, 안 전 대표의 참여를 전제로 찬성을 분명히 했다.
⑧김한길-안철수 체제 집중 토론
안 전 대표는 “당 체질 개혁을 위해서는 체험의 공유와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며 ‘김한길-안철수 체제’에 대한 집중토론을 제안했다. 특히 “저 스스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시절 평가에 대한 집중토론을 통해 당 공동대표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이 문제였고, 왜,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밝힐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문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나름 의미가 있다. 필요성을 공감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하면 될 일”이라고 답했다.
⑨19대 총선 및 18대 대선 평가보고서 공개검증
안 전 대표는 “19대 총선 결과에 대한 보고서는 작성됐지만 당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처리했는지 알 수 없다” “18대 대선평가위가 제출했던 평가보고서는 한 번도 당의 공개적인 검증 및 토론을 거치지 않은 채 책상 서랍에 갇혀 있다”며 공개검증을 요청했다. “당 혁신의 출발점 중의 하나는 19대 총선 및 18대 대선 결과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이해에 있다”는 차원에서다.
문 대표 측은 이에 대해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평가보고서가 공개되지 못하고 책상 서랍에 갇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사실 관계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즉 “소수의견까지 붙여져서 공개가 됐다. 위원장이었던 한상진 교수는 그걸 책으로까지 출간하기도 했다. 평가보고서에서 많은 토론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⑩원칙 없는 선거정책 연대금지 명시
안 전 대표는 “어떤 경우라도 우리 당의 원칙에 맞지 않는 선거 및 정책연대는 할 수 없다는 점을 당헌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선거 때만 나타나는 원칙 없는 야권연대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노선에 맞게 자기 길을 가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문 대표는 이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때 진보당과 연대가 없었다. 진보당 후보가 끝까지 갔다가 마지막 TV토론 직전에 스스로 그만둔 것이다. 연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큰 틀에서 두 사람의 혁신경쟁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본 결과, 문 대표는 안 대표의 10대 방안에 대해 공감하는 부문(당 윤리기구의 혁신이나 부패혐의자 공직후보 배제, 당 수권비전위원회 설치 등)도 적지 않았고, 그렇지 않는 부문(부패혐의자 제명, 김한길-안철수 체제 집중토론 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요구한 일부 대목은, 미흡하지만, 혁신안 처리로 당헌당규에 이미 반영된 부문(부패혐의자 공직후보 배제, 윤리기구의 혁신 등)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1야당 새정치연합의 혁신 경쟁이 중대 고비를 맞은 이 순간, 두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과연 안 전 대표가 문 대표의 손을 잡을 것인가.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부패척결 및 혁신 10대 방안 제안에 대해 언론 인터뷰 등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그의 전향적인 참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 전 대표가 한 말에 대해선 공감하는 부문도 있고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당내에서 제안하고 팔을 걷어붙이고 참여하면 얼마든지 당에서 존중하고 역할도 맡게 될 것입니다.”(10월18일 <경향신문>) “안 전 대표의 의견 제시를 저와의 대립으로 해석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한데 모으고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론이 내려지면 승복하고 함께 실천하는 게 건강한 정당의 본모습이지 않습니까.”(9월24일 <세계일보>)
김용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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