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부터 매주 토요일에 ‘싸우자 귀신아’의 마지막 시리즈인 ‘라크리모사’를 연재하던 임 작가는 14일 이 작품의 10회 연재분을 올린 뒤 공지를 통해 은퇴의사를 밝혔다.
“먼저 책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라고 사과한 뒤 “몸과 정신 건강상의 이유로 더 이상은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아 은퇴를 결심하였습니다”며 “마무리에 대한 책임을 짓지 못하여 죄송하다는 말씀드리며, 모든 비난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연재 중이던 작품과 관련해서는 “시놉시스 형태로 블로그에 모두 공개하겠습니다”며 “그동안 받았던 사랑 또한 잊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함께해주신 분들의 삶이, 제가 이야기에 넣었던 염원처럼 건강하고 고독하지 않으며 행복하길 빌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네이버 웹툰은 임 작가의 글에 이어 “작가님과 긴 시간 심사숙고 끝에 임인스 작가님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이와 같은 결정을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며 독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고 전했다.
임 작가는 2007년 네이버 웹툰에 귀신과 퇴마사의 한판승부를 다룬 ‘싸우자 귀신아’를 연재했다. 작품으로 ‘2011 미스터리 단편’ ‘용의 아들 최창식’ ‘싸귀2:퇴마록’가 있다.
임인스 작가의 소식이 알려지자 다음 웹툰에 작품을 연재 중인 이원진 작가는 sns를 통해 “만약 다음이 내게 더 페이스 내라고 재촉했으면 지금쯤 펜 꺾고 입원했을지도. 30대가 되니깐 20대같은 체력도 안나오더라”라며 연재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임인스 작가는 올해 29살이다. 서른 살도 안된 작가다. 이 젊은 작가의 은퇴 선언을 계기로 웹툰계의 풍토를 곱씹어볼 필요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연식 작가는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과거와 달리 데뷔가 쉬워진 웹툰계의 풍토를 우려한 바 있다. 웹툰시대가 열리면서 데뷔가 용이해졌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데뷔 이후라면서 작가로서 계속 작품활동을 하면서 살아남는게 녹록치 않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었다.
김보통 작가도 노동강도가 세다고 밝힌 바 있다. 직장인 출신인 그는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면서도 "일은 고되다. 육체적 피곤도는 회사 다닐 때보다 더 높다. 데뷔작인 ‘아만자’ 연재 당시 멋도 모르고 1주일에 2회 연재하는 바람에 죽을 뻔했다. 몸살을 1년 내내 달고 살면서 매일 아침 진통제, 근육이완제 등을 먹었다. 2,3시간 자고 이 미친 짓을 주말 휴일 공휴일 없이 하면서 살줄 몰랐다”고 했다.
'20세기 소년'으로 유명한 일본의 우라사와 나오키는 최근 허핑턴포스트재팬과 가진 인터뷰에서 “주간으로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는 “주간지의 연재란 대부분 18-20페이지인데, 7일 동안 그만큼의 페이지를 그린다는 건, 그런 작업량은 인류 사상 없다고 생각해요. 전후의 일본인밖에 할수 없었던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원래 만화잡지가 월간지로 출발했는데, 전후 베이붐 세대가 만화를 신나게 읽으면서 출판사가 시험삼아 주간지를 출간했고 1959년 시작된 이 시험기간이 이후 되돌리지 못한 채 55년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털사이트에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들 중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한회 혹은 일정기간 쉰다는 공지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작품 연재에 그만큼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뒤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0일 ‘미생’ 시즌2 연재를 시작한 윤태호 작가도 “미생 시즌2는 총 3부로 구성되며, 각 부가 끝날 때마다 한달에서 두달여 쉴 예정”이라고 밝혔다. “체력안배와 다음 이야기 취재를 겸한 일정이니 양해 부탁드린다. 연재일이 빨간 날인 경우에도 쉴 겁니다”라고 예고했다.
<뉴시스>뉴시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