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상위 10개 고교 경비, 학생 1인 평균 246만원 달해
하위 10개교는 4만원에 불과
“어디 가냐로 등급 매겨지는 듯” 서울 강남구의 A고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7)군은 지난 9월 한 달간 수학여행비를 마련하려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부모에게 60만원에 달하는 수학여행비 얘기를 꺼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A고 학생들은 지난달 중순 KTX를 타고 부산으로 가 특급 호텔에 묵는 일정 등의 수학여행을 마쳤다. 김군은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될까봐 수학여행을 빠지기도 그렇고, 부모님이 속상해 하실까봐 말씀드리기도 어려워 한 달간 일해서 수학여행비를 모았다”고 말했다.
전국 고교별로 수학여행 장소와 비용이 제각각인 가운데 일부 학교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고가의 수학여행을 추진해 눈총을 사고 있다.
충북과학고의 경우 1학년생 54명은 캐나다 토론토로 입국해 나이아가라 폭포와 미국 뉴욕, 워싱턴 등을 거쳐 하버드대학 등 ‘아이비리그’의 명문대학을 탐방했다.
한 일반고 2학년생인 이모(18)군은 “외고나 과학고는 외국으로 아이비리그 탐방을 다녀오는데 일반고는 잘 가봐야 제주도 수준 아니냐”며 “수학여행을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학교 등수가 매겨지는 것 같아 기분이 별로다”라고 했다.
다만 다양한 테마여행을 준비해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학부모의 경비 부담도 줄여주는 학교도 적지 않다. 대전의 전민고가 대표적이다. 이 학교는 지난달 수학여행에서 ‘서울의 역사와 과학, 역사와 사회, 역사와 예술’, ‘충남·전북의 역사와 문화’, ‘전남의 문화와 생태’라는 5개의 테마를 잡아 학생들이 선택해 떠나도록 했다. 전민고의 한 교사는 “좋은 현장교육과 동기간 우정을 쌓는 수학여행의 취지를 고려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테마여행을 준비한 것”이라며 “지난해 1인당 평균 28만원이었던 수학여행비용도 이번에는 평균 21만원으로 줄어 학부모들도 반겼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의 김진우 공동대표는 “정규교육과정인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비용 문제로 부담을 느끼고 친구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한 수학여행이 될 것”이라며 “학부모와 학생의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고, 학교를 벗어나 견문을 넓히고 친구 간 우정을 쌓는다는 수학여행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교육당국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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