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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오페라 공연에 관객 쓰러져… 올해도 웃음 보장합니다”

입력 : 2015-11-01 20:38:59 수정 : 2015-11-01 20:3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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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 배우 3인방 최재림·장유리·이경수
지난해 충무아트홀 제작 오페라 ‘리타’를 본 이들의 일성은 “정말 재밌다”였다. 작품 규모가 작다 보니 시작 전만 해도 큰 기대작은 아니었다. 막이 오르자 호평이 쏟아졌다. 제작진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이었다. 이틀 공연으로 끝내기는 아쉬웠다. ‘레퍼토리로 만들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얘기를 전해들은 배우들은 “이 캐스팅이 아니면 할 의미가 있을까”라며 재회를 다짐했다.

이들의 바람대로 ‘리타’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초연 멤버인 장유리, 최재림, 이경수 그대로 참여한다. 공연 기간은 10∼15일, 엿새로 늘었다. 최근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연습실에서 만난 세 사람은 삼남매라도 되는 듯 우애가 돈독했다. 살갑고 스스럼 없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이 ‘리타’의 분위기 그대로였다. 이들은 작년 공연을 즐겁게 돌아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충무아트홀 제작 오페라 ‘리타’에 참여하는 최재림·장유리·이경수(왼쪽부터)가 작품 속 배역 이미지를 유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들은 “‘리타’는 누구나 마음 놓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남제현 기자
“재밌게 만들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관객이 더 재밌어 했어요. 거의 쓰러질 듯이 웃을 정도였죠. 대본이 잘 나와서 그런 것 같아요.”

‘리타’는 도니제티가 1841년 작곡한 희극 오페라다. 전 남편인 가스파로와 현 남편인 베페가 아름답지만 성질이 고약한 리타를 서로에게 떠넘기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관객과 오페라 사이 문턱을 낮추는 데 신경 썼다. 성악을 전공한 뮤지컬 배우 양준모에게 연출을 맡겼다. 작고 친밀한 규모, 현실적인 대사에 더해 이탈리아어로 쓰인 원작을 우리말로 고쳤다. 과감한 시도였다. 국내 오페라 공연에서 ‘원어’는 일종의 ‘격’으로 통한다. 애호가들은 ‘본래 언어로 들어야 음악 본연의 맛을 감상할 수 있다’고 느낀다. 보통 관객은 자막과 무대를 오가며 보느라 분주하지만, 성악가의 외국어 발음까지 따져듣는 이들도 상당수다.

“원어로 부르면 완벽한 건 사실이죠. 하지만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죠. 뜻도 이해 못하는데.” (장유리)

“‘리타’는 오페라에 쉽게 다가오도록 하는 게 목표였어요. 우리말로 번역하니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이 작품의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생각해요.”(최재림)

전문 성악가가 서는 게 당연시되는 오페라 무대에 뮤지컬 배우를 기용한 것도 신선했다.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소프라노 장유리를 제외하면, 최재림(바리톤)과 이경수(테너) 모두 뮤지컬이 ‘본진’이다. 최재림이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한 반면, 이경수는 연극과를 나왔다. “연출가에게 코가 꿰여 시작했다”는 이경수는 “작년에 원하는 대로 안 돼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말한다. 우려와 달리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최재림은 “이경수의 재발견”이라며 “성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것 같다. 원래 성악 했느냐는 말도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그 역시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당연히 오페라를 해보고 싶다. 다시 성악을 열심히 공부해 콩쿠르에 나가는 백일몽도 꾼다”고 할 만큼 무대에 푹 빠졌다. 장유리는 이들의 실력을 높이 샀다.

“오페라는 3000, 4000석 관객을 다 뚫고 소리를 전해야 해서 호흡을 굉장히 많이 고민하고 연구해요. 반면 뮤지컬 배우는 마이크를 쓰고 발음에 더 신경 쓰니 아무래도 노래하는 스타일이 다르겠죠. 하지만 최재림과 이경수는 워낙 노래를 잘해 차이를 못 느꼈어요”

‘리타’는 소극장 오페라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최근 국내 오페라계는 대형 작품 위주로 움직이고 있다. 소규모·창작 오페라를 만들 여건이 부족한 데다 만들어도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지난해 서울시 오페라단이 올린 ‘달이 물로 걸어오듯’ 정도가 눈에 띄는 작품이다. 장유리는 “그런 면에서 ‘리타’는 굉장히 긍정적인 시도”라고 평가했다. 그는 “외국은 우리가 연극·뮤지컬 올리듯 작은 극장에서 오페라를 즐긴다”며 “프랑스에서 오페라를 연습하고 있으면 초등학생 40, 50명이 참관 와서 질문하곤 한다”고 전했다.

“작년에 정말 재밌게 해서 당연히 또 하려 했다”는 장유리, “초연 때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 아쉬웠는데 이번엔 수월하다”는 최재림, “‘리타’에 함께 해서 진짜 재밌다”는 이경수는 관객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뮤지컬 보던 분, 오페라팬 모두 올 거예요. ‘이건 오페라보다 수준이 떨어져, 뮤지컬보다 어려워’ 식으로 선을 긋거나 미리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지 말아줬으면 해요. 마음 놓고 편하게 즐기러 왔으면 좋겠어요. 일일이 판단하기 시작하면 100%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은 없잖아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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